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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네팔

네팔 9일차 마낭 - 포카라

Day 9
251214
마낭 - 베시사하르 - 포카라

마낭으로 내려와도 아침은 여전히 추웠다. 그래도 오늘만 참으면 이제 따뜻한 곳으로 가니, 꾹 참고 짐을 쌌다.

8시 출발이라 해서 7시 50분에 지프 주차장으로 갔더니, 나머지 승객들을 기다린다며 8시 30분에 출발했다. 정해진 출발 시간은 없는 모양이다. 기사님을 닥달해봤자 아무 의미 없으니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네팔의 운송 시스템인가 보다, 하고 넘겨야지. 오늘 포카라에 가야 되는데 과연 갈 수 있으려나…. 그래도 일찍 온 덕분에 조수석에 앉을 수 있었던 건 좋았다. 네팔은 일본처럼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조수석이 왼쪽이다.

그런데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승객을 더 모집하더니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서는 다른 지프로 갈아타란다. 더 후진 지프에, 앞자리는 당연히 뺏겼다. 뭐 어쩔 수 있겠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현재 시각 9시. 아직도 갈아탄 지프에서 대기 중이다. 오늘 포카라 못 갈지도 모르겠다. 후…. 여행할 땐 웬만해선 짜증 안 내고 좋게좋게 넘어가는데, 슬슬 열 받는다. 9시 10분, 이제야 출발했다.

쉬는 시간에 옆에 앉은 네팔 친구가 사과 하나를 줬다. 엄청 달고 아삭해서 맛있었다. 이 친구도 틸리초 호수 다녀와서 포카라로 간다고 한다. 쉐르파족이 아닌 이상 네팔인들에게도 틸리초 호수는 쉽지 않다며, 나보고 대단하다고 한다. 내가 싫어하던 군대 선임을 닮아서 첫인상은 별로였는데,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었다.

마낭에서 4인으로 출발했던 이 지프 파티는 결국 9인 파티가 되었다. 총 3열짜리 차량이라 3-3-3으로 앉았는데, 외국인이라 그런지 2열을 양보받은 느낌이다. 마낭에서 잠깐 3열에 앉았었는데 머리를 계속 찍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래도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고, 밖 풍경 보면서 가면 돼서 비행기보단 나은 것 같다. 언제 도착할지 몰라 시간에 초연해져야 하지만.

12시 30분. 구글 지도로 검색해 보니 아직 두 시간은 더 남았단다. 빨리 가야 세 시쯤 도착하겠구나. 포카라 가는 버스가 있을지 모르겠다. 밤늦게 도착하더라도 웬만해선 포카라에서 자고 싶다. 마음을 비우자. 어차피 시간은 많다. 오늘 베시사하르에서 하루 자고 내일 아침에 출발해도 된다. 포기하면 편해.

오후 1시. 30분간 런치 타임을 가진다며 한 식당에 멈췄다. 올라올 때 지프 타고 디너 타임 가졌던, 커다란 폭포가 보이던 그 식당이다. 옆 친구가 밥 안 먹냐고 묻길래 먹으면 토할 것 같다고 했다. 사실 토할 것 같진 않았고 배도 어느 정도 고팠지만, 김밥천국 같은 롯지 음식은 더 이상 먹기 싫었다. 내려가서 더 맛있는 거 먹겠어. 삼겹살 먹고 싶다.

이번엔 무지개 추가됨
베시사하르

오후 3시 20분, 베시사하르 도착.
지프 기사님에게 포카라에 가고 싶다고 하니 포카라 가는 버스를 뒤따라잡아 나를 태워줬다. 커다란 로컬버스였고 안내원이 있었는데, 다행히 마지막 자리를 하나 꽂아주었다. 좌석이 다 차자 그 이후 사람들은 입석으로 갔다. 버스 안 인구 밀도가 거의 출근길 1호선 수준이라 답답했지만, 지프보다 흔들림이 적어 유튜브 보면서 갈 수 있었고 오늘 밤은 포카라에서 잘 수 있다는 생각에 탈 만했다.

자리에 앉고 조금 있으니 안내원이 요금을 걷으러 왔는데, 이 많은 사람들 얼굴만 보고 누가 돈을 냈는지 기억하는 게 신기했다. 난 절대 못 할 것 같아서 더 대단해 보였다.

중간 마을에서 사람들이 좀 내리자 자리가 생겼고, 그 자리를 곡물 포대가 채웠다. 나가려면 포대를 밟고 나가야 한다. 현지인들도 어이없는지 서로 웃는다. 이런 걸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다.

포대 뒤에도 더 있음
카트만두보다 확실히 차량이 적다

저녁 7시 30분, 포카라 도착. 포카라는 페와호수와 안나푸르나 설산을 끼고 있는 네팔의 대표적인 트레킹 거점 관광도시로, 날씨가 온화하고 자연 경관이 가까우며 여행자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아무 일정 없이 쉬기 좋은 곳이다.

일단, 따뜻해서 너무 좋다. 이게 날씨지. 버스 정류장에서 인드라이브로 여행자 거리인 레이크사이드까지 갔다. 290루피. 원래 가려던 호텔은 비싼 방밖에 안 남아서 근처 평점 좋은 호텔로 갔는데, 방이 약간 애매해 고민하니 사장이 1박 2,200루피인데 2,000루피로 해주겠다고 한다. 원래 2,000루피인데 상술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인터넷 가격은 2,600루피라 그래도 싸게 잡긴 한 것 같다.

호텔 앞 한식집에서 삼겹살을 팔길래 들어갔다. 인테리어가 약간 가격 나가는 한정식집 느낌이라 고급스럽다. 주방도 오픈형이라 위생도 거의 한국 수준이다. 네팔에 이런 쾌적한 가게가 있다니. 가격도 한국이랑 비슷해서 한국 사람들에겐 사 먹을 만하지만, 네팔 현지 물가 기준으론 꽤 비싼 편일 것 같다. 네팔인은 거의 없고 한국인과 서양인이 대부분이었다. 저녁 8시인데도 거의 만석인 걸 보니 장사가 엄청 잘 된다. 워낙 바쁜지 주문도 바로 안 받는다. 10분쯤 지나서야 주문을 받으러 왔다. 직원들은 현지인이라 한국어는 통하지 않지만, 메뉴명은 한국어로 읽어도 알아듣는다. 일주일 만에 한국어를 처음 말했다. 삼겹살 1인분과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이렇게 시켜도 2만 원정도밖에 안하니 한국보단 싸긴 하다. 오늘 이 삼겹살을 위해 아침도 대충 먹고 계속 참아왔다. 옆 테이블에서 삼겹살 굽는 소리랑 냄새가 미쳤다.

테이블 세팅을 보니 생각보다 본격적이다. 반찬이 진짜 한국에서 먹는 맛이랑 똑같다. 오히려 웬만한 삼겹살집보다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고기도 비계가 조금 많은 편이지만 생삼겹이라 맛있어 보인다.

아, 개맛있다. 외국에서 한식당 가면 음식이 현지화돼서 달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찐 한식이다. 한국 삼겹살집 상위 70%는 충분히 든다. 고기도 1인분에 250g이라 넉넉하고, 상추도 거의 1고기 1쌈이 가능할 정도로 많이 줘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치찌개. 왜 이렇게 맛있지. 밥 포함 730루피라 밥 먹으려고 곁들임 용으로 시켰는데, 그냥 한국에서 파는 맛있는 김치찌개 그 자체다. 오랜만에 정신없이 먹었다.

이 한 끼를 위해 포카라에 온 거다. 이게 행복이고, 이게 인생이지. 이번 네팔 여행에서 많은 걸 깨닫는다. 벌써 포카라가 좋다. 내일은 뭘 먹을까.

오늘의 지출
• 롯지 정산: 2,050루피
• 지프: 5,000루피
• 버스: 500루피
• 택시: 290루피
• 저녁: 2,350루피
-> 총 10,190루피(약 104,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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