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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네팔

네팔 6일차 마낭 - 틸리초bc

Day 6
251211
트레킹 4일차
마낭(3,540m) - 틸리초bc(4,140m)

아침밥 - 쿠(khoo)
마낭 전통 음식인데, 티베트 요리인 뗀뚝과 비슷하다. 국물 맛이 오묘하긴 하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고, 각종 야채와 버팔로 고기가 많이 들어 있어 영양 보충에 좋다. 카레 만들때 고형 카레 넣기전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간은 되어있다. 버팔로 고기는 약간 냄새가 나긴 하지만 국거리용 소고기와 맛이 95%는 비슷하다.

마낭에서 2박한 틸리초 호텔

0730 출발.
강사르까지는 도로가 난 구간이 많아서 걷기 편했다. 영하 15도라 추울 줄 알았는데 해가 뜨니까 뜨거울 정도로 따뜻해져 땀이 났다. 한국에서 영하 15도라고 하면 한파가 떠오르는데, 여긴 바람이 적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춥지 않다.

동물들과 아침 산책중인 현지인
강사르 가는 길
강사르 마을 전경

0930 강사르 도착.
마낭보단 작지만 꽤 큰 마을이다. 마을 규모에 비해 롯지가 적은 걸 보면 실제 거주 인구가 많은 듯하다. 아직은 인터넷도 잘 된다.

강사르에서 시리가르카까지는 거리는 짧지만 고도를 확 올리는 업힐이라 꽤 힘들다. 4000m대 고산이라 더 그런 걸까. 올라갈수록 더 추울 줄 알았는데, 태양에 가까워지는 탓인지 햇빛은 점점 강해져 오히려 덥다. 선글라스를 써도 눈이 조금 부신다. 대신 밤에 엄청 추울까 걱정이다.

걷는 도중에 어느 아주머니가 틸리초bc 갈거면 싸게 해주겠다고 명함 주심. 근데 다른데 갔음

이 커다란 마니차를 이곳까지 어떻게 가져온걸까
4000m 돌파

11시 시리가르카 도착.
이런 절벽 위에 어떻게 건물들을 세울 생각을 했을까. 덕분에 뷰는 끝장난다. 점심으로 틸리초 호텔 베이커리에서 산 애플 롤과 스프라이트를 먹었다. 감사하게도 스프라이트는 아직 250루피다. 운동하고 먹어서인지 빵이 엄청 맛있다. 속에 사과 필링이 꽉 차 있고 달지 않아서 좋았다. 쿠키도 팔길래 고민하다 샀는데 잘 산 듯.


스프라이트 사면서 가게 주인에게 틸리초 BC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더니 2–3시간이라고 한다. 그건 네팔인 기준이고 나는 3–4시간이겠지. 여긴 오후 3시쯤부터 바람이 세지기 때문에 그 전에 도착하는 게 좋다. 더 쉬다간 늦어질 것 같아 11시 30분에 다시 출발했다.

이 친구들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시리가르카에서 약 300m 고도를 올리는데, 확실히 3000m대보다 훨씬 힘들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빠져서 10걸음 걷고 1회 심호흡, 다시 10걸음 걷고 1회 심호흡… 이런 패턴을 반복했다. 업힐 구간이 끝나니 바람이 엄청 거세게 분다. 먼지바람 때문에 눈도 따갑다.

틸리초 BC까지는 약 2시간 동안 랜드슬라이드 구간을 지난다. 진행 방향 왼쪽으로 슬라이드 지형이 이어지는데, 잘못 넘어지면 바로 실족사할 정도의 길이다. 풍경은 외계 행성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 평지나 오르막은 조심히 가면 괜찮은데 문제는 내리막. 말 그대로 땅이 흐트러지는 자갈 내리막이라 작은 돌들이 계속 미끄러진다. 스틱을 폴대처럼 써서 스키 타듯 내려와야 하는데, 넘어지면 바로 끝이라는 생각이 드니 긴장감이 극도로 올라간다.
틸리초 호수 패스하고 바로 토롱라 갈걸, 7년 된 트레킹화 말고 새 등산화 샀어야 했나, 네팔 말고 이집트 갈걸, 회사 단체보험 최고 금액으로 들 걸…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급경사가 초반에만 몰려 있고 이후로는 무난한 길이라 다행.
근데 내일도 이 길을 다시 지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무섭다.

너무 무서웠던 내리막길
살면서 본 표지판 중 제일 무서움. 멈추지 마시오.

14시 35분 틸리초 BC 도착.
‘Tilicho Base Camp’ 표지판을 보는 순간 긴장이 확 풀려서 울 뻔했고 잠시 후엔 하이텐션이 되어 마주치는 사람마다 웃으며 “나마스테!”라고 인사했다. 온갖 감정이 든 순간.

근데 이곳에 베이스캠프를 만들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지금까지 여행하며 인류가 지은 가장 경이로운 건축물을 아야소피아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생각이 바뀌었다. 여긴 돌밖에 없어서 건축 자재를 전부 사람이 직접 이고 와야 하는데, 그걸 랜드슬라이드 구간을 지나 날랐다고? 말이 되나.
오늘부터 내 기준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건축물’은 틸리초 BC의 롯지들이다.

미쳤다. 침대에 전기장판이 있다. 와이파이는 안 되고 화장실은 밖에 있지만, 이불 두세 개 겹쳐 애벌레처럼 자는 게 아니라 따뜻한 열을 느끼며 잘 수 있다니. 오늘은 진짜 푹 잘 것 같다.

틸리초bc오면 여기 가세요. 전기장판 있음.

트레킹 시간 : 07:22 - 14:35
오늘은 랜드슬라이드 구간에서 정신적으로 정말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살아서 도착한 것만으로 감사해야겠다. 근데 지피티가 이런 구간은 좀 더 강하게 경고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살 관련 질문엔 생명의 전화 번호 알려주듯, 랜드슬라이드 구간 들어가는 사람에겐 진짜 강한 주의를 줘야 한다고 본다.

내일은 새벽부터 나가야해서 든든한 달밧을 시켰다. 저녁먹고 전기장판 틀어진 침대속으로 들어오니 몸이 녹는다. 일곱시인데 벌써 졸리다. 좀만 참았다가 여덟시쯤 자아겠다.

오늘의 지출
• 롯지 정산(2박): 10,150루피
• 베이커리(애플 롤 + 쿠키): 610루피
• 스프라이트: 250루피
-> 총 11,010루피(약 112,8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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