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06) 썸네일형 리스트형 우울증 투병 일기 3 질병코드 F. WHO의 국제질병분류(ICD)에서 ‘정신 및 행동장애’를 의미하는 알파벳이다. 병원 수납 후 받은 영수증에 F코드가 적혀 있었다. 그렇다. 나는 정신질환 환자다.내가 일하는 곳인 교도소에도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다. 나처럼 약을 처방받기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고, 잠깐의 상담 후 처방전을 받아 온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들과 나는 무엇이 다를까. 나 역시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닐까. 아직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을 뿐, 나 또한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오지 못했고, 그래서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현재 복용 중인 약물 중에 자나팜정이라는 벤조디아제핀계 항불안제가 있다. 이 약을 먹으면 이전보다 불안이 확실히 줄어들고, 부정적인 생각이나 반추에도 덜 .. 우울증 투병 일기 2 갑자기 공황장애가 찾아오면서 다시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당분간 사람을 만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에 연락해 일주일간 연가를 냈다.쉬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도 보고 야구장에도 갔지만 예전처럼 즐겁지 않았다. 음식의 맛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매운맛이 주는 통각과 식감만 겨우 느껴져서 엄청 매운 음식만 계속 먹었다. 운동도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끝없이 떠올랐다. 같은 생각을 반복하며 괴로워하다가 술로 억지로 뇌를 마비시키곤 했다. 하지만 술도 마시는 순간만 잠시 나아질 뿐, 결국 다시 공허함만 남았다.일주일을 쉬고도 도저히 회사에 갈 수 없을 것 같아 연가를 한 주 더 냈다. 그때는 생활 리듬도 완전히 무너졌다. 졸리면.. 진격의 거인 쉬는 동안 진격의 거인을 정주행했다. 다시 봐도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여러 캐릭터 중에서도 나는 주인공인 에렌 예거를 가장 좋아한다. 초반에는 다소 답답하고 짜증 나는 인물로 보일 수 있지만, 자신의 힘과 책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잘못을 뉘우치면서도 계속해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작중 케니가 말했듯, 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노예다. 그렇지 않다면 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에렌이 자유의 노예였듯, 나 역시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분명 무언가의 노예라는 사실만은 어렴풋이 느낀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지금 살아있는걸지도.우울증은 자기 연민의 노예가 되는 순간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 나는 평생 그런 것의 노예로 살고 싶지.. 26년 5월 대전 야구, 망고 빙수 타코피의 원죄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가끔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순식간에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그런 때 이 애니메이션을 봤다.등장인물은 크게 네 명, 인간 셋과 외계인 하나다. 처음에는 왜 저럴까 싶다가도, 보다 보니 모두에게 이입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 슬펐다. 현실이 아닌, 그저 움직이는 그림에 불과한 캐릭터들인데도 마치 내 일처럼 느껴져 견디기 힘들 만큼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끝이 궁금해 마지막 화까지 멈추지 못하고 봤다.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마지막화에서 울었다. 슬퍼서라기보다, 작중 인물의 외침이 내 마음을 대신해주는 것 같아서 울었던 것 같다. 마치 오래동안 앓던 내 병의 원인을 알아낸 느낌이었다. 아직 치료법은 모르겠지만.어쩌면 내가 아직 살아 있는 건, 나에게도 타코피 같은 존재가 .. 프로젝트 헤일메리 직장 동료, 친구, 가족이 점차 곁을 떠나면서 머지않아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질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럴 때 나는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영화 속 그레이스 박사는 그럼에도 살았다. 우주를 홀로 표류하며 영원히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갈 결심을 한 사람에게 자그마한 희망을 주는 그런 영화였다.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제로다크서티로 유명한 캐서린 비글로의 2025년 넷플릭스 영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를 봤다. 전작처럼 이 영화도 일반적인 극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같은 질감을 살려,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미국이 핵공격을 받는다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공무원들이 주인공인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나 역시 ‘만약 내 직장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과연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결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마무리를 선호하는 편이라 만족스러웠다.나처럼 제로다크서티를 인상 깊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에 둘.. 어쩔수가없다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때로는 원치 않는 일도 감내해야 한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이병헌과 박찬욱이라는 이름만 보고 선택한 영화였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마치 이병헌의 1인 연극을 보는 듯한 몰입감에, 뛰어난 음악과 연출이 더해져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나에게는 더없이 취향에 꼭 맞는 영화였다. 이전 1 2 3 4 ··· 5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