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인데 주식장이 왜 안 열지 싶어 검색해봤더니, 오늘이 수능날이었다.
수능날엔 주식시장도 10시에 시작하는구나.
내가 수능을 본 지도 벌써 16년이 지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수많은 시험 중 하나였을 뿐인데, 그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인생의 종착점이자 모든 것이라 여겼다.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보단, 수능만 잘 보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믿었다.
그래서 마치 경주마처럼 옆은 보지 않고 오로지 수능만 바라봤던 것 같다.
그렇다고 아주 열심히 공부한 것도, 성적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
단지 ‘수능’이라는 핑계로 진로 탐색을 미뤘을 뿐이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마 무지성 수능 공부는 안 할 것같다.
지금도 여전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어떤 게 내 적성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대학교에 꼭 갔어야 했나 싶다.
전공이었던 경제학은 나름 흥미로웠지만, 공부를 열심히 할 만큼의 열정도 머리도 없었다.
학사경고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이었고, 학점은 취업에 쓸 수도 없었다.
그래서 결국 모두에게 ‘공정한’ 시험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그래도 직렬은 신중히 골랐고, 지금 하는 일은 나름 괜찮다.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출퇴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어쩌면 고등학생 때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그 후회가, 지금 내 적성에 맞는 일을 고르게 된 계기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수능날만 되면, 수능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 떠오른다.
홀로 시험장을 나와 중앙선 지하철을 타러 서빙고역까지 걸어가던 길.
끝났다는 해방감보단, 쌀쌀한 날씨 탓인지 왠지 모를 허무함이 더 컸었다.
아마 앞으로도 수능날마다, 그때 그 서빙고역 가는 길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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