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251209
트레킹 2일차
어퍼 피상(3,300m) - 마낭(3,500m)

오늘 아침 눈을 떠 핸드폰을 켜니 영하 14도였다. 한국도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니 별로 안 춥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롯지 객실 안은 난방이 되지 않아 한기가 그대로 들어온다. 그래도 차메에서 묵었던 포시즌스 호텔과 달리 바람이 덜 들어오고, 이불도 두꺼운 걸 줘서 덜 추웠다. 중간에 두 번 정도 깼지만 8시간 정도 잤기에 오늘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 몸이 피곤하고, 비타민 D를 많이 쬐서 그런가 한국에서보다 오히려 더 잘 잤다. 대신 건조한 탓인지 목이 너무 칼칼하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데, 얼음물에 가까워서 마시기가 쉽지 않다.

아침으로 버섯 마카로니와 레몬 진저 허니 티를 먹었다. 어제 너무 탄수화물만 먹어서, 조금이라도 단백질이 있는 파스타를 시켰는데 과연 듀럼밀로 만들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양은 네팔답게 거의 2인분을 주었고, 맛도 괜찮았다. 레몬 진저 허니 티는 고산병에 좋다고 해서 시켰는데, 마시니 확실히 몸이 따뜻해진다.
사실 밥을 7시에 예약했는데 25분쯤에 나왔다. 이제 슬슬 네팔리 타임에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았다. 대신 춥다고 주방 안에서 기다리게 해주셔서, 주방 구경을 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

롯지 금액을 정산할 때 거스름돈이 부족하다 해서 사장님이 돈을 찾으러 갔는데 20루피밖에 안 돼 그냥 나왔다. 롯지 간판 사진 찍는데 사장님이 뛰어와서 거스름돈을 주신다. 괜찮다 했더니 “위에 올라가면 필요할 거니까 가져가라”고 하신다. 재방문할 일이 거의 없는 여행객에게 이렇게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동이었다. 매일 쉬는 날 없이 롯지를 운영하는 사장님을 보니, 내가 했던 삶에 대한 고민이 참 하찮게 느껴졌다.

어퍼피상에 머무른다면 hotel royale alpine 꼭 가주세요.
어퍼피상에서 마낭까지 가는 길은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윗 코스는 풍경이 좋지만 7~8시간 걸리고, 아래 코스는 무난한 풍경에 5~6시간 소요된다. 어제 만난 네팔 가이드가 갸루-나왈을 경유하는 윗 코스 풍경이 좋다며 그들도 이쪽으로 간다고 해서, 나도 좀 더 힘든 길을 선택했다.

이 원통형 물체는 마니차라고 하는데, 티베트 불교의 회전식 경전통이다. 손으로 돌리면 공덕이 쌓인다고 해서, 나도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게 해달라고 기원하며 돌려봤다. 이후에는 그냥 돌리는 게 재미있어서 보일 때마다 돌렸다.
수력으로 돌아가는 자동화된 마니차
https://youtube.com/shorts/DoGcMzqrDZg?si=NdQ9ttRYJ6LVCg4t
자동화된 마니차
YouTube에서 마음에 드는 동영상과 음악을 감상하고, 직접 만든 콘텐츠를 업로드하여 친구, 가족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과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www.youtube.com


무섭지만 재밌는 출렁다리
다리를 건너면 갸루까지 약 한 시간 동안 계속 오르막길이다.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기온이 낮을 때 올라서인지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천천히 갔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시간 2~3시간보다 빠른 1시간 50분 만에 갸루에 도착했다.


갸루 마을 초입 가판대에서 제로콜라를 팔길래 최소 350루피 정도 할 줄 알았는데 250루피라 바로 샀다. 해발 3,700m가 넘는 곳에서 파는 콜라 치고는 정말 싼 가격이다. 8년 전과 가격이 거의 똑같다.
그동안 한국에서 내가 번 돈이 많이 올랐으니, 예전보다 네팔 물가가 더 싸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네팔은 물건을 대부분 수입해 쓰므로 현지 사람들은 생활비 부담이 꽤 크다. 물가는 크게 안 오르는데 소득이 빨리 늘지 않으면 생활이 더 어려워진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싸서 좋지만, 이 나라가 아직도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가 이런 데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콜라가 괜히 좀 씁쓸하게 느껴졌다.
갸루-나왈 구간의 경치는 환상적이다. 저 멀리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걷는 재미가 있다. 이 구간부터 마낭까지 계속 평지라, 여유롭게 노래를 들으며 걸어갔다.
https://youtu.be/AssR0nuhQio?si=KE5EdSy_-qWFB0NZ

나왈 마을을 걷다가 한 가게 아주머니가 “런치 먹었냐”고 물어보길래, “들리셔스?”라고 대답하니 “들리셔스”라고 한다. 그래서 들어갔다. 면이 땡겨서 치즈 머쉬룸 프라이드 누들을 시켰다. 고산지대에서 버섯은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솔직히 들리셔스한 맛은 아니었지만, 양이 너무 많아 거의 3~4인분 양의 볶음국수가 나왔다. 질릴까 봐 케첩과 그린 칠리 소스까지 주셨다. 원래 음식은 잘 남기지 않는데, 마지막엔 버섯만 빼고 먹었다.
나왈에서 조금 걸으면 급경사 내리막길이 나온다.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내리막길은 더 힘들다. 매우 천천히 집중해서 걸으느라 진이 많이 빠졌다.

문지라는 마을에서는 야크를 많이 키운다. 벤치에 앉아 야크가 풀 먹는 모습을 보며 잠시 쉬었다. 마낭에 도착하면 야크 스테이크 먹어야지.
나왈에서 2~3시간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무난한 평지길이지만 앞의 내리막에서 힘을 많이 썼나 보다.

4시 30분, 마낭 도착.
마낭은 해발 3,500m에 위치한 곳으로, 안나푸르나 서킷 중 차가 올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자 가장 큰 마을이다. 그래서 트레커들을 위한 롯지, 카페, 상점이 많다.


트레킹 시간 : 08:06 ~ 16:23
어제보다 8km 더 걸었는데 슬슬 고산에 적응되다보니 많이 힘들진 않았다.
마낭에서는 이틀 머물 예정이라 숙소를 검색해봤다. 구글 지도에서 음식이 맛있다고 평이 있는 틸리초 호텔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머물렀던 롯지들보다 방값이 비싸긴 하아. 샤워기 없는 화장실 달린 방이 1,000루피였다. 방을 봤을 때 특별히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한기가 느껴지지 않고 블랭킷을 많이 주어 묵기로 했다. 샤워를 했는데 뜨거운 물이 한국처럼 잘 나와, 핫 샤워만으로도 1,000루피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와이파이도 유튜브 720p 영상 시청이 가능할만큼 빠르다. 굿.

마낭에는 등산 및 식료품 가게가 많아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아이젠 1,500루피, 생수 50루피. 근데 1리터짜리 생수를 50루피에 팔면 남는게 있을까. 지프로 실어와야할텐데. 박물관과 아트센터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둘 다 문이 닫혀 들어가진 못했다.

저녁으로 야크 스테이크와 씨벅톤 주스를 시켰다. 둘 합쳐 2,300루피로 네팔치고는 비싸지만, 트레킹 중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마낭뿐이다. 씨벅톤 주스는 히말라야에서 나는 주황색 열매(산자나무 열매)로 만든 새콤한 주스로,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로 회복용으로 많이 마신다고 한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 달지 않아 좋았다.

야크 스테이크는 약간 질긴 부위의 소고기와 비슷하다. 야크 자체가 맛있는 고기는 아닌 것 같지만, 오랜만에 고기를 씹는 즐거움이 좋았다. 곁들여 나온 버섯 브랜디 소스도 맛있었다. 단백질뿐 아니라 다양한 야채도 나와, 그동안 부족했던 식이섬유도 보충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2만 원으로는 절대 못 먹을 것 같아,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게 느껴졌다. 이곳 식당이 구글 평점이 높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롯지들이 단순히 열량 보충용 음식을 제공한다면, 이곳은 맛까지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내놓으니까.
지금 영하7도인데 밖에 나가도 생각보다 춥지 않다. 몸이 추위에 적응했나보다. 방 안도 안 춥다. 첫날 포시즌스 호텔에서 혹한기 훈련한게 꽤나 도움이 되는가보다.
오늘의 지출
• 롯지 정산: 1,980루피
• 제로 콜라: 250루피
• 점심: 750루피
• 아이젠: 1,500루피
• 과자·음료: 320루피
-> 총 4,800루피(약 49,200원)
'여행 > 네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네팔 6일차 마낭 - 틸리초bc (2) | 2025.12.11 |
|---|---|
| 네팔 5일차 - 마낭 (2) | 2025.12.10 |
| 네팔 3일차 차메 - 어퍼 피상 (0) | 2025.12.08 |
| 네팔 2일차 카트만두 - 차메 (2) | 2025.12.08 |
| 네팔 1일차 서울 - 카트만두 (0) | 2025.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