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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네팔

네팔 5일차 - 마낭

Day 5
251210
트레킹 3일차
마낭 고도적응 겸 휴식일

아침으로 야크 치즈 샌드위치를 먹었다. 1층 베이커리에서 직접 빵을 굽는지 빵이 정말 맛있다. 오랜만에 신선한 야채를 먹어서 좋았고, 야크 치즈도 쫄깃하고 향도 적어 누구나 호불호 없이 먹을 맛이다. 가볍게 먹으려고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네팔답게 거의 서브웨이 30cm 크기가 나와서 아침부터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밥을 먹고 있는데 외국인 한 명이 영어로 스몰토크 선빵을 날린다. 기본적인 트레커 회화(Where are you from, Where are you going, Are you alone 등)는 가능한데, ‘휴가로 왔니’, ‘트레킹 끝나고 뭐할 거니’ 같은 심화 단계로 넘어가니 내 영어 실력이 바로 한계를 드러낸다. 그러다 갑자기 두 줄 이상 길게 솰라솰라 말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서 멋쩍게 웃으니 자기 테이블로 돌아간다. 퇴치 성공. 사실 못 알아들어도 어떻게든 더 이야기해야 영어가 늘 텐데, 이게 참 쉽지가 않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마낭에서 이틀 정도 머물며 고도 적응을 한다. 숙소에만 있기 심심하니 근처 명소로 짧게 트레킹을 가곤 하는데, 나는 왕복 7~8시간이 걸리는 아이스레이크에 가기로 했다. 아이스레이크 자체도 예쁘고, 올라가는 길이 멋진 데다 해발 4,620m라 앞으로의 고도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 식사 후 7시 반에 출발했다. 오랜만에 짐 없는 가벼운 몸이라 걸음이 한층 편했다.

그런데 아이스레이크는 사람이 많이 안 가는지 표지판이 전혀 없다. 맵스미(지도 앱)만 보고 올라갔는데 길이 막혀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걸었는데 다시 내려와 다른 루트로 가려니 갑자기 의욕이 확 떨어졌다. 어젯밤 잠도 잘 못 자서 컨디션도 별로였고, 화장실 이슈까지 생겨 결국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커다란 티베트 불교 사원이 있어 잠시 구경했다. 관광객이 잘 오지 않는지 스님이 ‘얘는 왜 여기 있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봐서 약간 쫄았지만, 실제 수행하는 스님을 보는 건 신기했다. 길을 잘못 들어서 더 귀한 걸 본 느낌.

숙소에 돌아오니 이제 막 출발하는 트레커들이 많았다. 아침에 스몰토크하던 사람도 보여서 잘 가라고 인사했다.

객실에서 유튜브 보며 좀 쉬다가 잠도 안 오고 심심해져서 다시 밖으로 나갔다. 마을 산책을 했는데 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베네치아처럼 골목골목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는 마낭
마을에 병원도 있고
학교도 있고
긴급재난대피소도 있다
호방하게 길가에서 낮잠 때리는 댕댕이
네팔엔 혼자 자율주행으로 산책하는 동물들이 많다

마을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강가푸르나 호수가 나온다. 호수는 얼어 있었는데, 얼은 대로 또 운치가 있었다. 이미 네팔 현지인 아빠와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딸이 와 있었는데, 아빠가 열심히 포즈 시키며 딸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최소 100장은 찍은 것 같았다. 둘 다 너무 귀여워서 흐뭇하게 지켜봤다. 근데 만약 나도 딸 낳으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돌탑 세우는건 전세계 공통 문화인듯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샤워하고, 비닐봉지에 넣어둔 밀린 빨래도 했다. 아이스레이크를 갔다 왔으면 피곤해서 빨래는 꿈도 못 꿨을 텐데, 안 가길 잘한거 같다.

늦은 점심으로 피맥을 먹었다. 고산병 때문에 맥주는 자제하는 게 좋지만 산소포화도도 양호했고, 무엇보다 히말라야 로컬 맥주를 생맥으로 판다고 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Khumbu Kölsch라는 맥주인데 시원하고 깔끔했다. 한국에서는 1년에 술을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한데, 여행만 오면 왜 이렇게 땡기는지 모르겠다. 피자는 도우는 조금 아쉬웠지만 토마토 소스가 진하고 야크 치즈가 쫄깃해서 좋았다.

안나푸르나 설산을 바라보며 유튜브 보면서 피맥 하는 이 순간이 바로 행복이다. 내일 고산병 와서 트레킹 더 못 한다고 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다.

약간 취한 채로 잠깐 낮잠을 잤다. 내일부터 다시 빡센 일정이 시작되니 오늘은 이제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야지.

마낭은 ‘트레킹을 위해 거쳐가는 마을’이 아니라, 그냥 쉬어가기에도 훌륭한 곳이다. 트레커뿐 아니라 오토바이로 여행온 네팔 현지인도 꽤 보인다. 네팔인들은 고산에 강하다 보니 3,500m까지도 한 번에 큰 무리 없이 올라올 수 있다고 한다. 음식점도 많고 근처에 가볼 만한 곳도 꽤 있어, 여행 기간이 무한정이라면 여기서 일주일은 머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마낭에서 갈 수 있는 곳들.

혼자 여행하면 심심하니, 집에 있는 브로콜리 삼형제 중 둘째 ‘로콜이’를 파트너로 데려왔다. 원래 앞가방에 매달고 다녔는데 연결고리가 끊어져 자칫 헤어질 뻔했다. 그래도 떨어지자마자 바로 눈치채서 다시 합류했고, 덕분에 지금도 함께 여행 중이다. 로콜이와 같이 토롱라 패스를 넘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압차 때문에 과자 엄청 빵빵해짐

저녁 안 먹으려했는데 소화 좀 돼서 야크버거 먹음. 어제 먹은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었다. 한국에서 15,000원에 팔아도 사 먹을 맛.

인터넷 문제로 내일부터 글이 안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실종된거 아니니 걱정 ㄴ

오늘의 지출
- 립밤+포켓티슈 125루피(약 1,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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