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251207
카트만두 → 베시사하르 → 차메

베시사하르 가는 마이크로 버스를 타려고 택시타고 버스 터미널에 왔다. 가자마자 수많은 호객꾼들이 나를 환영해준다. 이게 네팔이지. 베시사하르 간다고 하니까 여러 사람들이 나를 이리저리 끌고 간다. 결국 한 봉고차에 탑승. 얼마냐고 물어보니까 1,000루피라고 한다. 900루피로 알고있긴한데 100루피정도야 뭐. (근데 나중에 계산할때 900루피만 받았다. 1000루피라고 한거 까먹은듯). 생각보다 차 상태가 양호하다. 예전에 포카라까지 간 버스보다는 훨씬 나아보인다. 낭떠리지 길을 가는데 안전 벨트가 없어서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이게 네팔 스타일이면 나도 그에 따라야지. 나만 죽는게 아니라 괜찮. 아니면 어차피 떨어지면 죽는데 벨트 해봤자 의미가 없는걸까. 내가 첫번째 승객이라 나머지 손님이 올때까지 기다려야한다. 좀만 더 일찍 나올걸그랬나. 근데 첫번째로 타서 1인석에 앉았기때문에 오히려 좋다. 6시25분에 탔는데 45분에 출발.

예상대로 승차감은 좋지 못하다. 도로 상태가 좋지 않고 거기에 산길이라 계속 업다운을 하는데 웬만하면 멀미 안 하는 나도 약간의 멀미 증상이 왔다. 그래도 겨울이라 차 안의 냄새가 없어서 좀 나은듯 하다. 예전 포카라 갔을때 버스보단 훨씬 낫다.

1시간 30분 간격으로 휴게소에 들리는데 화장실이 폼페이에서 본 고대 로마식이다. 도대체 물은 어디로 내려가는지 모르는 화장실에서 나도 같이 볼일을 봤다. 의외로 냄새는 나지 않았다.

휴게소에서 간식으로 사모사를 먹었는데 속이 고기가 아니라 정체모를 노란색이 있다.
먹어보니 감자 베이스에 콩이랑 카레가루가 들어간 것 같다. 나무위키에서 보니 내가 알던 고기로 속을 채운건 삼사였고 이게 진짜 사모사라고 한다. 가격은 50루피인데 꽤 먹을만했다. 네팔에선 탄단지 비율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아무거나 먹는게 답이다. 그래도 어제 탄두리치킨으로 단백질 보충하길 잘 한거 같다. 집에 있는 땅콩버터 가져올걸..


오후 1시 45분 베시사하르 도착. 일곱시간 걸렸다. 네시간 까진 괜찮았는데 베시사하르가 가까워질수록 도로가 더 나빠져 꽤 힘들었다. 베시사하르는 상당히 큰 마을이다. 이 산골짜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다니. 신기하다. 여러 가게들이 있고 사람도 제법 많다. 트레커를 위한 관광 마을이 아닌 실제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느낌이 든다.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면 이런 곳에서 사는것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호객꾼이 지프타냐고 물어본다. 차메까지 간다고 하니까 30분후에 출발한다며 날 데려간다. 가격 물어봤는데 2,500루피라 예상했던 3,000루피보다 싸서 바로 콜했다. 어차피 점심 먹어야 했는데 시간 딱 좋다. 마을 구경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차메까지 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릴거니 빨리 가서 쉬는게 낫다.

날 잡은 호객꾼이 밥 먹을거냐고 물어봐서 굿 푸드 알려달라고 하니 버거집으로 데려다줬다. 버거말고 여러가지 팔긴 하는데 가게 이름에 버거가 있으니 버거를 시켜야겠지. 제일 비싼 450루피짜리 스페셜 버거랑 바나나라씨를 주문했다. 역시 네팔 라씨는 맛있어. 당도도 적당하고 요거트의 신맛도 약간 있어 기분좋게 마셔진다. 버거는 그저 그랬는데 치킨패티라 단백질 보충용으로 먹었다. 감튀가 갓 튀긴거라 매우 맛있었다. 고산에서 자라는 네팔 감자가 역시 좋다. 감튀만 만원어치 먹고싶어지는 맛이었다.
밥먹고 나서 등산스틱을 샀다. 집에 있긴한데 배낭에 안 들어가서 가져올 수 없었다. 2개 세트에 1,200루피짜린데 튼튼한지는 잘 모르겠고 가벼워서 골랐다.

30분후에 오라고 해서 밥 빨리 먹었는데 40분이 넘어도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아직 승객 모집을 다 못 했나보다. 이럴줄 알았어. 네팔에 왔으니 네팔 타임에 내가 적응해야한다. 이런 사소한거로 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시간 남아서 과일이랑 과자를 샀다. 이제 산 올라가면 점점 물가가 비싸질테니 여기서 많이 사는게 이득이다. 과자류를 더 사고 싶었는데 넣을 공간이 없어서 아쉽다. 지프 기다리면서 귤 하나 먹었는데 꽤 맛있어서 추가로 5개 더 샀다. 귤은 네팔에서 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비타민씨 급원이다. 먹을 수 있을때 많이 먹어놔야한다.
처음엔 2시15분에 출발한다고 했으면서 지금 3시인데 아직도 대기중이다. 차메까지 6-7시간 걸린다던데 10시나 되야 도착하겠구만. 네팔 트레킹은 걷는거보다 차 타고 이동하는게 더 고통이다. 제발 걷게 해주세요.
3시 18분 6인 파티 결성 완료. 나 빼고 다 네팔리들이다. 비수기라 트레커가 없나보다. 드디어 출발 ㅜㅜ. 더 바라는거 없으니 안전하게만 가 주세요.



차메까지 가는 길은 산속인데 너무 아름답다. 비포장도로가 많아 덜컹거리는게 많긴 하지만 풍경이 넋이 나가 힘든지도 잘 모르겠다. 나중에 퇴직하면 여기서 지프기사나 할까 생각마저 들었다. 길이 위험하지만 그만큼 운전 하는게 재밌어보였다. 아니면 트레킹 가이드도 나쁘지 않겠다.
6인 지프 파티는 5인이 됐다가 8인 파티가 되어버렸다. 앞에 4명, 뒤에 4명. 그래도 앞의 1명은 2-3살로 추정되는 아기인데 너무 귀여웠다. 예전에 아반떼로 7명이서 타고 간 적이 있는데 거의 그 느낌이다. 옆의 사람 골반뼈가 느껴진다. 아반떼 7인파티는 10분만 참으면 됐지만 이 8인 파티는 비포장도로를 2시간 달려야했다. 그래도 가운데 안 앉은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불편하긴 하지만 재밌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이런 체험을 해보겠나.
아까 지프 기사 되고싶단 말 취소. 어두워지니까 너무 무섭다. 이 길울 암흑속에서 어떻게 가는거지. 좀만 까딱해도 바로 떨어질거같다. 오랜만에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다. 정말 진지하게 예전에 써둔 비밀 블로그의 유서의 링크를 이 블로그에 공개해야하나하는 고민까지 했다. 근데 나 말고 7인의 네팔리들은 아무렇지않은듯 서로 즐겁게 말을 나눈다. 무섭다고 내릴수도 없고 뭐 어쩌겠어. 그냥 운전기사님을 믿고 차에 몸을 기댈수밖에.
이 산길 한가운데에서 내 짐을 다 뺏고 날 버리고 가면 난 살아돌아갈 수 있을까. 다행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이 올라가게 됐다. 어둠은 인간을 불안하게 만든다.

퍼밋체크포인트
안나푸르나 보호구역(A.C.A)에서 둥산하려면 등산허가증인 퍼밋을 발급받아야한다. 거창한건 아니고 비자처럼 돈만 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예전엔 퍼밋 사무소에 가서 직접 발급받아야해서 번거로웠는데 이젠 온라인으로 발급받아 QR코드만 스캔하면돼서 편해졌다. 차메까지 가는동안 두 번 차에서 내려 퍼밋을 확인하는데 네팔인들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나만 사무소가서 확인한다. 이럴거면 굳이 사무소에서 안 멈추고 그냥 가도 되는거 아닌가싶다. 나 때문에 세 번이나 멈추게해서 약간 미안했다.

오후 7시35분 차메 도착. 마을오니까 기사 옆에 앉은 사람이 롯지 예약 했냐고 물어봐서 안 했다고 하니까 문 연 롯지 알아봐주었다. 이런 사람들을 의심한 나 스스로가 미워진 순간이었다. 롯지 이름은 포시즌스호텔. 당연히 그 포시즌스는 아니지만 13시간을 이동한 후 묵게된 숙소는 나에게 5성급 호텔이었다. 그리고 아직 고도가 낮아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저녁으로 치즈스팀모모를 먹었다.

만보기 해야되는데 걷기 싫다면 네팔 산속에서 지프를 타보세요. 앉아만 있어도 걸음수가 마구마구 올리갑니다.
비상!!!!
아직 2,670m인데 벌써 춥다. 5,400까지 가야되는데 진짜 얼어 죽을 수도 있겠다. 못 참겠다싶으면 중간에 내려와야될거같다.
오늘의 지출
• 타멜 → 터미널 택시: 500루피
• 베시사하르 버스: 900루피
• 차메까지 지프: 2,500루피
• 등산스틱: 1,200루피
• 점심: 710루피
• 사모사: 50루피
• 사과 1개 + 귤 8개: 340루피
• 과자: 105루피
6,305루피(약 64,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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