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운동

26 서울 동아마라톤 후기

아침 6시 30분. 출발 집결지인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날씨가 추워 최대한 늦게 러닝복으로 갈아입고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화장실에 가려고 공영주차장으로 갔는데, 지하라 그런지 따뜻했다. 출발할 때까지 그곳에서 대기했다.

7시 30분, 마스터즈부터 출발이 시작됐고 E조인 나는 7시 50분쯤 출발선을 밟았다. 추울까 봐 걱정했지만 달리기 시작하니 몸에 열이 올라와 괜찮았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레이스에 임한다. 이번 대회에서 나는 서브 3시간 20분을 노렸다.

초반 10km까지는 몸이 무거웠다. 오늘 완주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몸이 조금씩 풀리면서 달리는 것이 버겁지 않은 상태가 되었고, 페이스를 조금 올렸다. 하프 지점까지 평균 페이스 4분 50초로 달려 앞으로 더 속도를 올리려 했지만, 30km 지점부터 페이스가 계속 밀렸다. 마라톤은 이 구간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속력을 내보려 해도 다시 밀린다. 결국 계획을 수정해 서브 3시간 30분이라도 하자고 마음먹었다.

35km 구간부터는 1km가 마치 10km처럼 느껴진다. 다행히 이전 마라톤처럼 근육 경련이 오지는 않았지만 속력을 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걷지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

결국 3시간 32분 44초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작년 춘천마라톤보다 4분 단축한 기록이다.

고작 4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모든걸 쏟아냈다. 이곳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단 몇 분이라도 더 빨리 들어오기 위해 일 년 내내, 추우나 더우나 달리고 또 달린다. 고작 4분이 아니라 무려 4분을 줄인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어쨌든 PB다.

그래도 나름 핑계를 대보자면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추웠다. 원래 추위에 약한데 중간에 이슬비까지 내려 체온이 많이 떨어졌다. 몸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어 체력이 빨리 고갈된 것 같기도 하다.

둘째, 거리가 더 길었다. 애플워치에는 43km가 찍혔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42.195km 기록은 약 3시간 28분이다. 그러니 사실상 서브 3시간 30분은 달성한 셈.

셋째, 카보로딩이 부족했다. 금요일에 많이 먹었어야 했는데 야근 때문에 충분히 먹지 못했다. 그래서 몸에 글리코겐을 충분히 저장하지 못한 것 같다. 다음에는 더 많이 먹어야겠다.

넷째, 수면 부족. 야근 때문에 금요일에는 4시간, 토요일에는 6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제대로 기록을 내려면 역시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섯째, 체중 증가. 일본에서 너무 많이 먹어 체중이 약 3kg 늘었다. 한국에 오자마자 감량하긴 했지만 여전히 이전보다 무거운 상태였다. 체중이 급격히 늘었다 줄었다 하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섯째, 도쿄마라톤 풀코스의 여파. 천천히 뛰었다고는 해도 풀코스는 다리에 분명 데미지를 준다. 거기에 술도 꽤 마셨으니 회복이 더디지 않았을까 싶다.

가을에는 복수할 것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서브 3시간 10분을 노려봐야지. 목표는 높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누구에게 복수하는 걸까? 나 자신에게일까. 마라톤은 나 자신과 싸우는 운동이라 좋다. 남과 경쟁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한숨 잔 뒤, 청량리역에서 ITX를 타고 제천으로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의 시작이다.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끔 찾아오는 이런 이벤트 덕분에 나는 꽤 즐겁게 살고 있는 것 같다. 가끔 마라톤 힘든데 왜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왜냐고? 즐거우니까.

'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브3 도전기 2  (0) 2026.03.13
25 춘천마라톤 후기  (2) 2025.10.26
25 춘천마라톤 D-1  (0) 2025.10.25
알파플라이3 개봉 및 착용기  (0) 2025.09.27
도쿄 마라톤 갈까말까  (0)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