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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26 도쿄 2일차 - 디즈니씨

260227

오늘은 디즈니씨에 가는 날.
오픈런을 하려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공원 안 음식이 비싸니 든든히 먹고 가기로 했다. 아침은 일본 국룰, 규동. 오늘 저녁까지 버텨야 하니 큰 사이즈로 주문했다. 맛은 그냥 익숙한 그 규동. 밥을 먹고 편의점에서 간식과 음료를 사서 출발했다.

아침 7시 30분 지하철. 출근 시간이라 사람이 많다. 대학 졸업 후 이렇게 붐비는 지하철을 타는 건 처음인 듯하다. 그래도 출근길 2호선 같은 객실 내 인구 밀도의 지옥철은 아니라 버틸 만했다.

8시 20분, 디즈니씨 도착. 입구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에 벌써 기가 빨렸다. 줄 서 있는 동안 괜히 왔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한 시간 후 입장하고 나니 그런 불만은 싹 사라졌다.

운휴라 못 타서 너무 아쉬웠던 겨울왕국 어트랙션

현실 세계를 벗어나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온 기분. 나는 이런 게 좋다. 멋진 자연을 보는 것도 좋지만, 오로지 인간의 즐거움만을 위해 만든 이 공간 역시 그에 못지않다. 그냥 걸으며 구경만 해도 힐링이 된다. 막상 안에 들어오니 생각보다 사람도 많지 않았다. 구석진 곳은 꽤 여유로운 정도.

공원에 들어오자마자 소어링: 판타스틱 플라이트 DPA를 구매했다. DPA는 우선 탑승권으로, 디즈니 앱에서 시간대별로 살 수 있다. 돈으로 시간을 사는 자본주의의 산물. 그래도 2,000엔으로 2~3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기다릴 시간에 더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으니까. 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트랙션이라 매진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마지막 타임이 남아 있었다. 하이라이트를 맨 마지막에 탈 수 있다니 오히려 좋다.

다음 일정은 정하지 않고 천천히 걷다가 피터팬의 네버랜드 어드벤처가 싱글라이더 가능하다는 걸 보고 바로 향했다. 일반 대기 줄은 140분이었지만, 싱글라이더는 30분 만에 탑승. USJ처럼 이곳도 대기 공간 테마가 잘 되어 있어 구경하다 보니 30분쯤은 충분히 기다릴 만했다. 혼자 놀이공원에 오면 이런 게 좋다.

피터팬은 안경을 쓰고 타는 4D 다크라이드 어트랙션이다. 영상 화질도 좋고 약간의 스릴도 있어 꽤 괜찮았다. 다만 두 시간을 기다려 탔다면 ‘이게 뭐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신기했던 유모차 주차장

이후에는 목적 없이 공원을 걸었다. 놀이공원이 미로처럼 구성되어 있어 걷는 재미가 있다. 그러다 저니 투 더 센터 오브 더 어스 앞을 지나쳤는데 대기 시간이 무려 260분. 재밌는 건가 싶어 DPA를 보니 1,500엔. 2,000엔이었던 소어링보다 저렴해서 망설임 없이 구매하고 거의 바로 탑승했다. 네 시간을 어떻게 기다리나. 일본 사람들 대단하다.

어트랙션 하나 타고, 벤치에 앉아 쉬다가, 다시 걷고. 그 루틴을 반복하니 시간이 녹아내렸다. 이곳에서는 시간의 흐름마저 다르게 가는 것 같다.

타워 오즈 테러

실제 베네치아보다 덜 혼잡한듯

개힘들겠다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자 공원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밤까지 운영하니 낮과 밤, 두 가지 분위기를 모두 즐길 수 있다.

7시 20분, 메인 수상 무대에서 Believe! Sea of Dreams 공연을 봤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생각보다 퀄리티도 높고 스케일도 커서 감동했다. 단순한 퍼레이드일 줄 알았는데 거의 뮤지컬에 가까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IP의 힘을 실감했다. 익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오니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마지막 피날레 퍼레이드에서는 살짝 울 뻔했다. 사람들이 공연을 보다가 왜 우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믿으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그 뻔한 메시지가, 이상하게도 이 공간에서는 진심처럼 느껴진다.

공연이 끝나고 드디어 소어링을 타러 갔다. 마지막에 타길 잘했다. 스릴은 거의 없지만 디즈니씨를 마무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어트랙션. 왜 좋은지는 스포라서 비밀.

소어링 타고 나오니 진행중이었던 불꽃놀이

후지큐 하이랜드만큼 도파민이 폭발하진 않지만, 공원에 있는 동안만큼은 어릴 적 일요일 아침마다 보던 디즈니 만화 속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잠시 현실을 잊고 일곱 살이 된 것 같았다. 캐스트들 역시 모두 친절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물론 자본주의의 미소일 수도 있지만, 그걸 부담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해내는 게 프로겠지. 디즈니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스릴 위주의 놀이공원도 아니라서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열한 시간의 꿈 같은 시공간을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가는 지하철. 마취가 풀린 듯 이제야 허리 통증이 느껴진다. 모레가 마라톤이라 내일은 적당히 돌아다니며 쉬어야 할 텐데,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놀이공원에서 마음껏 놀고, 마무리는 회전초밥.
순수하게,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