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개봉한 한국 영화 〈장손〉을 봤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다소 답답한 분위기의 영화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았다. 한 집안의 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느낌이 흥미로웠고, 자연스레 우리 집과 장손으로서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한 세대 전의 대한민국에서는 가족 간의 교류가 당연했고, 개인의 행복보다 집안을 위하는 태도가 우선시되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여전히 가족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요즘은 나처럼 개인의 행복을 삶의 1순위에 두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가족과 집안을 먼저 생각하는 삶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방향이 다를 뿐이다.
내가 바라는 가족의 모습은 각자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다가, 가끔 만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관계다. ‘장손’이라는 이유로 책임이나 부담을 지우지 않는 그런 분위기였으면 한다. 부모님은 내가 그런 삶을 살길 바라며 키워주셨고, 그 결과가 지금의 나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친척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는 가장 든든한 존재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결국 가족이다. 마음속에서 멀리 밀어내려 해도 언젠가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존재. 어릴 적에는 이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족의 규모가 점점 작아지면서 ‘장손’이라는 단어도 서서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것이 더 나은 방향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언젠가 자식을 낳게 된다면, 적어도 그 아이에게만큼은 ‘장손’이라는 단어는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