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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정

(스포 있음) 멜로무비


가끔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드라마가 있다. 결말이 궁금해서 빨리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남은 화수가 줄어들수록 아까워서 아껴 보고 싶어지는 드라마. 오랜만에 이런 기분을 들게 하는 작품을 만났다.

제목만 보고 진한 로맨스물일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로맨스가 어느정도 있긴 하지만 내가 느낀 드라마의 주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남겨진 이들의 성장에 가까웠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게 된다. 김무비는 아버지를, 고겸은 형을, 홍시준과 손주아는 서로를. 이별의 아픔 속에서도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해 나간다. 그중 박보영이 연기한 김무비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나랑 비슷하다고 느껴서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입체적이라 마음에 들었고, 대사가 과하지 않고 담백해서 좋았다. 특히 독백 장면들. 감정을 과잉으로 쏟아내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인물의 내면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분위기도 너무 어둡지도, 너무 밝지도 않아 적당히 긴장하면서도 웃으며 볼 수 있었다. 아, 음악들도 다 좋다. 다 내 취향들이라 전부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했다. 드라마를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고 깔끔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마지막 화에서 김무비와 엄마의 대화씬이었다. 그동안 자식이 힘들었던만큼 엄마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서로가 있었기에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올 수 있었다. 아빠의 사랑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엄마의 사랑도 크고 깊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준 장면이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니, 예전에 1화 초반까지 보고 멈췄던 작가의 다른 작품 ‘그 해 우리는’도 다시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아직 멜로무비의 여운이 가시지 않으니 조금 쉬었다가 천천히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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