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토요일, 네팔에 간다.
원래는 이집트에 가려고 했다.
비행기가 취소됐다. 정확히는, 중국에서 카이로로 가는 연결편이 하루 미뤄져서 전체 환불이 가능하다는 메일이 왔다. 고민했다. 중국에서 하루 묵고 이집트로 갈지, 아니면 환불하고 다른 항공사를 찾을지. 이틀 정도 갈팡질팡하다 환불하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답장이 일주일 뒤에 왔다. 그것도 “환불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확인 메일이었다. 그래서 ‘final conclusion is refund’라고 분명하게 적어 다시 보냈더니, 또 일주일 후에야 “결제한 카드로 환불해주겠다”는 답이 왔다. 장장 3주 만에 겨우 항공권이 취소됐다.
취소되고나서 이집트 가는 비행기를 알아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 가장 저렴한 에어차이나가 88만 원.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이집트에 대한 호기심도 설렘도 많이 식었다. 특히 쿠푸왕의 피라미드 전시를 보고 나니, 굳이 현지에서 실물을 봐야 할 이유도 모르겠더라. 유적지는 다 비슷해 보이고, 사람에 치일 걸 생각하니 이미 피곤했다. 서울 다녀온 영향인지, 왠지 사람 적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항공권을 다시 뒤졌다. 구글플라이트에서 목적지를 ‘전 세계’로 놓고 검색하면 찾기 쉽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괜찮고 끌렸던 곳은 인도와 네팔이었다.
네팔은 사실 내년에 가려고 했다. 2026년이면 첫 해외여행으로 네팔을 다녀온 지 딱 10년이 된다. 그래서 이번엔 인도를 가볼까 했는데, 가고 싶던 라다크 지역이 겨울엔 비수기라 트레킹이 불가능하단다. 결국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네팔로 좁혀졌다.
네팔도 12월은 비수기지만, 트레킹은 가능하고 오히려 조용해서 걷기 좋다고 한다. 다만 추운 건 어쩔 수 없다. 추위를 잘 타서 걱정되긴 하는데… 뭐, 얼어 죽기야 하겠어.
네팔에 간다고 생각하니 오랜만에 설렌다. 처음 네팔에 갔던 때가 떠오른다. 대학교에 잘 적응 못하고 방황하던 시절, 이유도 없이 히말라야가 끌렸다. 충동적으로 카트만두행 비행기를 끊었다. 유심도 없이 몸으로 밀어붙이며 트레킹을 했고, 여행이 끝나고도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다.
네팔에서 돌아와 며칠간 한국의 안락함에 감사했지만, 학교는 여전히 힘들었고 공허함도 그대로였다. 그래도 그때부터 여행은 내 취미가 됐다. 낚시나 게임처럼 그냥 재밌어서 하는 일
요즘엔 어디를 가도 예전만큼의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여행도 한계효용체감이 적용되는 것 같다. 역치가 점점 올라가서, 최근엔 여행이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관성처럼 되어버렸다. 혼자 하는 여행도 예전 같지 않다. 예전에는 혼자 떠나는 게 하나의 퀘스트 같아 하나씩 해나가는게 재밌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서 ‘해냈다’는 느낌도 없다.
그런데 네팔 트레킹을 떠올리니 오랜만에 좀 설렌다. 좁고 사람 많은 미니버스와 지프에서 겪을 지옥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그래도 혼자 10일 동안 걸을 생각을 하면 재밌을 것 같다.
트레킹 코스는 안나푸르나 서킷이다. 원래는 EBC도 가보고 싶었지만 최소 3주는 비워야 해서, 이번에는 다음 기회로 미뤘다. 예전에 네팔에 갔을 때도 안나푸르나를 갔지만, 그때는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만 다녀오는 비교적 짧은 코스였다. 그 ‘찍먹’만 해도 일주일이 걸렸으니 이번 서킷은 꽤 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ABC가 안나푸르나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길이라면, 서킷은 거대한 산군을 둥글게 한 바퀴 도는 루트다. 경치는 훨씬 장대한 만큼 난이도도 더 높다고 한다. 고도 역시 ABC의 4,130m보다 서킷의 최고점인 토롱라 패스는 5,416m로 거의 1,000m나 더 높다. 지난번엔 고산병이 없었지만, 이번엔 더 신중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비행기표도 끊었고 방한 의류도 몇 가지 주문해뒀다. 여행을 새로운 방식으로 기록해보려고 장비도 하나 장만했다. 이주일 뒤의 나는 아마 어디선가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걷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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