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10
욜링암 -> 홍고린엘스
이동거리 약 200km
영화나 사진으로만 봤던 사막을 드디어 직접 보고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홍고린엘스는 고비사막에서 가장 큰 모래 언덕 중 하나라고 한다.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 언덕을 올라가는데 발에 닿는 모래의 촉감이 부드러워 기분 좋다. 애들이 촉감 놀이를 왜 좋아하는 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좋은 촉감과는 별개로 모래 언덕은 등반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인간이 경사진 곳을 오르기 위해선 발을 무언가에 지탱하여 그 반발력을 사용해야 하는데 사막에선 대지가 모래에 파묻혀 있어 그 반발력을 쓰려면 발을 더 깊고 강하게 내딯여야하며 다시 발을 올리는 동작에서도 모래의 무게로 인해 보통의 오르막길보다 약 5배는 힘든 것 같다. 거기다 특히 평소 사용하지 않는 발목 근육을 많이 써야해서 더 어려웠다. 그렇게 땀 뻘뻘 흘리며 썰매를 끌었고 결국 정상까지 올랐다. 아래에서 볼 때도 장관이었지만 위에서 보니 더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다. 미쳤다라는 감탄이 자연스레 계속 나왔다. 그만큼 진짜 미친 광경이었으나 채 오 분도 지나지않아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 왔다. 이 미친 바람은 모래와 합체해 나를 무자비하게 때렸다. 바람이 너무 강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고 귀, 눈, 콧구멍 등 구멍이 있는 모든 곳에 모래가 침입하여 눈을 재대로 뜰 수 없어 야무치 기절하는 자세마냥 누워있었다. 마치 태풍 온 날 우산없이 비바람을 맞는 것만 같았다. 계속 이 모래폭풍을 맞는데 따가웠지만 순수하게 너무 재밌고 신났었다. 멀리서는 정적이고 그저 아름답게만 보였지만 실제 올라가보니 마치 재난 영화같았다. 약 삼십분 가량 미친 모래폭풍을 맞고 내려오는데 바람때문에 모래썰매를 타지도 못했다. 위에서 보면 사람들이 썰매타려고 낑낑거리지만 결국 직접 발로 밀어서 가는데 이게 너무 웃겼다. 썰매 타는 대신 넘어져도 안 다치니 내리막길을 미친듯이 달렸다. 내리막길을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 건 오직 모래언덕이지 않을까. 재밌게 놀고 숙소에 돌아와 샤워하는데 눈에 들어간 모래가 씻기지 않아 눈 깜빡거릴때마다 따갑다.그래도 그만큼 재밌고 신났으니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만 하지 ㅎ.
씻은 후 오후 열 한시에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었다. 비계가 너무 많아 고기는 별로였는데 오랜만에 매운 걸 먹어서 그런가 불닭볶음면이 너무 맛있었다. 불닭에다 삼겹살 얹어서 먹으니 베리 굿. 그러나 몽골 왔으니 양고기를 더 먹고싶다. 난 진짜 삼시세끼 양고기 줘도 너무 잘 먹을텐데.. 내일 점심은 식당에서 먹으니 무조건 양고기 나오겠지. 늦은 저녁이라 해야할 지 야식이라 해야할 지 뭐라 부르기 어려운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어제와 비슷하게 하늘이란 검은 스케치에 여러 점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내일부턴 이렇게 별이 안 보인다고 해서 급히 가이드를 찾아 돗자리와 침낭을 가져와 우리 게르 뒤 쪽에 세팅했다. 새벽에 기온이 더 떨어질까봐 경량 패딩과 바람막이, 수면 양말로 중무장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핫팩 다섯 개를 깐 다음 침낭 속에 들어가 누워 별을 보았다.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은하수가 펼쳐져 있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이 거대하고 경이로운 그저 아름답다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 이 풍경을 한 시간 즈음 바라보다 잠에 들었다. 눈을 뜨니 다섯 시. 걱정했던거보다 안 추웠고 허리도 괜찮았다. 평소엔 일어나면 천장이 보이는데 푸른 하늘이 보이니 너무 신기하고 몽환적이면서 상쾌했다. 오늘 밤은(9일에서 10일 넘어가는)은 어제 밤(8일에서 9일 넘어가는)보다 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대평원에서 러닝하기, 낙타 타기, 모래 내리막길을 미친듯이 뛰어가기, 별 헤는 밤을 바라보다 잠에 들기. 이제 사흘차인데 재밌는 걸 너무 많이했고 이 투어가 고작 나흘밖에 남지 않은게 너무 아쉽다.

낭만 넘치는 몽골 도로

낭만 넘치는 쓰레기통

낭만 넘치는 아이스크림. 포장지가 없어 위생적으로 분명 안 좋겠지만 유제품이 유명한 몽골답게 우유맛이 진하면서 깔끔해 맛있었다.

낙타를 탔다. 낙타 혹은 지방이라 부드러우면서 신기한 촉감이다.

사진으로는 천분의 일도 안 담기네. 진짜 이쁘다.




모래폭풍 무서운데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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