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몽골

2일차 욜링암

2024/6/9
차강소브라가 ->욜링암
이동거리 약 150km

아침 7시30분즈음 일어났다. 이렇게 일곱시간 이상 내리 잔 거는 거의 삼개월만이다. 너무 잘 자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간단하게 조식을 먹고 아홉 시에 푸르공에 몸을 싣고 어딘가로 출발. 오늘 목적지는 욜링암인데 네시간정도 걸린다고 한다. 두 시간 차 타고 열 한시쯤 점심 먹으러 식당에 왔는데 여기 마을이 영월보다 크다. 5-6층 짜리 고층건물도 많고 백화점까지 있다. 근처에 광산이 있어서 많이 발전했다고 한다. 오늘 점심 메뉴도 양고기다. 몽골 식당은 주 재료가 양이다. 양고기 만두, 양고기 볶음밥, 양고기 볶음, 양고기 미트볼 등등. 전부 양이다. 양고기 좋아하는 나같은 인간에겐 몽골 음식이 너무 잘 맞는다. 매 끼 나오는 단백질 위주의 양고기 식단을 너무 감사히 잘 먹고 있다. 밥먹고 나서 후식으로 백화점 앞에서 파는 가게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우유맛이 진해서 너무 맛있었다. 밥 먹고 마트가서 오늘 저녁에 먹을 간식을 사고 한 시간 달려 오늘의 목적지 욜링암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곳과 다르게 여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근처와 비슷한 느낌으로 양 옆으로 협곡이 펼쳐져 있고 그 가운데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 걸어갈수록 해가 엹어져 다른 풍경이 나타나고 나중엔 얼음길까지 나오는 신기하고 재밌는 장소다. 두 시간정도 걷고 난 후 푸르공에 타고 이십분 가량 달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여섯시. 점심 먹고 아이스크림먹고 장보고 욜링암 하나만 봤는데 벌써 이런 시간이라니. 여긴 중력이 더 강한건가 오늘 시간이 되게 빨리 흐른 느낌이다. 오늘 숙소는 게르 안에 전기콘센트도 있고 샤워 물도 콸콸콸 너무 잘 나와 마치 5성급 게르에 온 것만 같았다. 12시즈음 잠에 들었는데 기분 나쁜 꿈을 꿔 2시에 깻다. 깬 김에 화장실 가는데 하늘에 별이 너무 이쁘게 걸려있어 밖에 나와 돗자리를 펴고 배게와 이불을 가져와 한 시간동안 누워 별바다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별이 저마다 빛나고 있었지만 북두칠성과 대삼각형이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고있었고 그 대삼각형을 이루는 데네브, 알타이브, 베가 중 가장 오른쪽 꼭지점에 있는 별 근처에는 흐릿한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은하수는 어제도 봤지만 오늘도 여전히 몽환적이고 아름다웠다. 별이 빛나는 이 밤하늘을 누워서 멍떼리며 보는데 내 시야 좌측상단에서 갑자기 반짝 빛나면서 떨어지는 꼬리가 보이다가 금새 사라졌다. 태어나서 처음 실제로 내 눈으로 본 별똥별이었다. 이때 느낀 감정이 어떠했는지 도저히 묘사가 안된다. 2024년 6월 10일 몽골 욜링암 근처 여행자 게르 새벽 3시경 관측했던 이 별똥별의 아름다움과 이때 느낀 낭만과 감동을 잊지 않고 그래서 이렇게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새 삶의 이유가 없어져갔는데 이 광활한 우주와 자연 앞에서 내가 그동안 참 덧없는 생각들을 했구나..

'여행 > 몽골'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일차 바가 가즐링 촐로  (2) 2024.06.14
4일차 바양작  (6) 2024.06.12
3일차 홍고린엘스(고비사막)  (3) 2024.06.11
1일차 차강소브라가까지  (4) 2024.06.09
첫 인상  (0) 202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