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8
징기스칸 국제공항 -> 차강소브라가
이동거리 약 400km
현지 시각 새벽 열두시 반 몽골 징기스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여권파워 덕분인지 입국심사관은 뭐 하나 물어보지도 않고 그저 사무적으로 내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어줬다. 징기스칸 공항은 청주공항과 비슷한 크기로 적당히 작고 깨끗하다. 투어 시작이 5시라 공항 2층 소파에 누워 잠을 자다 쓸데없는 글 쓰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4시30분쯤 다른 파티원들과 만나 간단히 인사를 하고 공금 25,000투그릭을 총무에게 건네드렸다. 다른 분들도 새벽 도착이라 전부 지쳐보였다. 5시 좀 넘어서 우리와 일주일동안 함께할 가이드와 운전기사분 그리고 푸르공을 만났다. 푸르공은 신형이라 꽤나 상태가 괜찮고 생각보다 더 귀엽고 작았다. 공항 주차장에 주차되어있는 차들 대부분이 도요타던데 푸르공은 다른 브랜드다. 몽골 브랜드일까. 어쨋든 푸르공 탑승 소감은 의외로 탈만 했다는 것이다. 오늘 8시간정도 탔는데 잠만 4-5시간 정도 잤고 허리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오후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을때 에어컨이 없어 약간 더웠던 거 제외하면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푸르공을 타고 중간에 마트도 들리고 밥도 먹으며 차강소브라가까지 약 8시간 달렸다. 차강소브라가는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와 비슷한 지형의 장소다. 이 지형 자체가 멋있는거 보다 어딜봐도 지평선이 저 끝까지 펼쳐져 있는 광경이 좋았다. 차강소브라가를 뒤로 하고 약 10분을 달려 이번 여행의 첫 숙소에 도착했다. 3인실 여행자 게르인데 적당히 안락하고 깨끗했다. 화장실이랑 샤워실도 현대식으로 깔끔해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숙소에서 잠시 쉰 후 나 혼자 러닝을 하러 갔다. 이 넓은 평원에서 뛰기 위해 몽골에 왔는 데 첫 날 바로 실현할 수 있었다. 5키로 달렸는데 어느곳을 봐도 광활하고도 시원스런 평지만 있어 너무 상쾌한 러닝이었다. 버킷리스트 하나 달성 했으니 내일 집에 가도 여한이 없을만큼 기분이 좋았다. 러닝을 하고 물이 쫄쫄쫄 나오는 샤워실에서 씻고 겸사겸사 빨래도 한 다음 저녁밥을 먹었다. 점심과 마찬가지로 저녁밥도 양고기였다. 양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끼가 진수성찬이라 맛있게 잘 먹고 있다. 저녁먹고 마트에서 산 보드카와 과자들을 먹으며 별이 보일때까지 파티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떼웠다. 오후 1시즈음부터 인터넷이 안 돼서 할 수 있는건 술 마시며 수다떠는 거밖에 없었다. 한국에선 인터넷의 노예였는데 여기오니 내 영혼이 인터넷에서 해방된 것 같다.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몽골의 6월은 해가 오후 9시즈음에 져서 10시쯤부터 별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별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빛나고 있다. 우리가 이 별들을 잘 보기 위해선 기상상태, 미세먼지, 달의 유무 등등 여러가지 조건이 따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그 모든 조건들이 일치한 순간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별이 많이 보여봤자 얼마나 많이 보이겠어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정말 많이 보인다. 하늘의 어딜 봐도 별이 걸려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약간 흐릿한 은하수 띠는 사람을 몽환적이고 감상적이게 만든다 . 지금 이 순간 보고 있는 이 하늘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시인이 와도 묘사할 수 없고 그 어떤 사진 작가가 와도 온전히 담을 수 없으리라. 그저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내 글쓰기 수준에선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이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해 너무 아쉽다. 아직 여행 첫 날이지만 일주일 후 한국에 돌아가면 이 하늘을 보지 못한구나.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는데.. 인터넷이 안되는 몽골에서의 첫 밤. 매일 밤 아이패드 디스플레이만 쳐다보다 잠에 들었는데 오늘은 우주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잠에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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