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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일때문에 법원을 몇 번 갔다. 작은 지방 법원이지만 재판장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과 거의 유사했다. 그러나 장소만 비슷하지 재판 자체는 리갈하이나 변호인에서 본 그것들과는 전혀 달랐다. 꽉 막힌 판사도 권력에 찌든 검사도 열정적으로 변론하는 변호사도 없었다. 내가 실제로 본 재판들은 마치 병무청에서 하는 병역판정 검사처럼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한 것들이었다. 다만 현실의 재판과 드라마, 영화, 병역판정 검사의 공통점도 있다. 바로 피고인이다. 대중매체에서나 병역 판정 검사에서나 현실의 재판에서나 피고인들은 모두 간절하다. 어제 본 이 영화에서도 피고인들은 간절했다. 그러나 심판인 판사와 싸움을 하는 검사, 변호사들은 현실의 재판과 유사하게 매일 하는 사무일을 처리하듯 재판을 이어간다. 그래서 피고인들은 어떻게든 발버둥 친다. 살아남기 위하여.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시카고 7이 재판 후 어떻게 살아갔는지 자막으로 짤막하게 나온다. 이 부분에서 주인공은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아닌 피고인이라는 걸 감독이 강조하는 것만 같았다.
지방 법원에서 하는 재판이라도 판결에 따라 피고인들의 인생은 단 몇 초 만에 송두리 바뀌게 된다. 사법제도란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건 동의하지만 판사 한 사람이 피고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게 항상 의문이다. 이 영화에서도 판사가 이상하다. 사실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판사 중에 정상적이고 정의로운 판사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럼 현실의 판사들은 얼마나 공정할까. 사법제도를 수호하는 직종에 종사하지만 이 제도가 투명하고 올바르게 돌아가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아직 시기 상조인 것 같지만 재판에 소요되는 여러 사회적 비용들까지 고려해 보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AI 재판이 근미래에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진천 법무연수원 본관 앞에는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많은 이들이 여신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왜? 멋있으니까. 개인적으론 여신의 당당하고 꼿꼿한 자세가 멋지다. 먼 훗날 퇴직할때쯤 여신상 앞에서 사진찍으며 나 자신이 당당한 자세로 있는다면 오늘 쓴 이 글과 애런소킨의 이 영화가 생각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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