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한다. 미술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걸 알아가는 과정과 작품을 감상하며 각 작가마다 갖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을 각기 다른 표현 방법을 느끼는 게 좋다. 이번 여행에선 르네상스 작품 위주로 보았고 특히 미켈란젤로의 여정을 따라 바티칸에선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상을 보았고 우피치 미술관에선 그의 몇 점 안되는 회화 작품, 그리고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는 노예 연작과 다비드상을 보았다. 직접 본 다비드상은 정말 대단했다. 인터넷에서 본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본 사람이라면 그 어떤 다른 조각가의 작품도 볼 필요가 없다”는 조르조 바사리의 말이 자연스레 이해가 된 위대한 작품이다.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의 극치는 이 조각상이 아닐까라고 다비드상의 엉덩이 쪽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그러나 2023년 11월 14일 오후 5시 3분 산마리노에서 지금까지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여정과 고찰은 덧없었구나란걸 느꼈다. 지금 내가 보는 이 노을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아무리 인간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노력해봤자 신이 만든 이 자연에는 대적할 수 없다. 이 순간이 아름답다는 걸 느끼기 위해 지금까지 아름다움에 대해 공부하고 고찰해온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 본 이 노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이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나는 이 곳을 떠나야 한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작고 네모난 화면에는 이 아름다움이 1/1000도 담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인간이 만든 미술을 탐구할 것이고 신이 만든 대자연을 느끼기 위해 계속 여행할 것이다. 이 여정들이 덧없는 것처럼 느껴질 지 모른다. 그러나 죽음 앞에선 모든 것이 덧없기에 죽지 않고 지금을 살고 있는 나에겐 이 여정들과 일상의 하루하루가 덧없지 않다. 그렇게 살 것이고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