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은 출국 일주일전부터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더 강하다.
결코 편안하지 않을 숙소들, 외지에서 40일이나 체류한다는 것, 편안하고 익숙한 한국과 안락한 집을 떠난다는 것.
우리집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데는 2시간이 소요된다.
이 두 시간동안 나는 앞으로 할 여행에 대한 흥분감보다는 약간의 착잡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약간의 우월감도 느꼈다.
열차내의 다른 사람들은 일을 하거나 학교에 가거나 하는 일상적인 일을 계속 하는 반면 그동안 나는 어딘가로 떠난다는 것에 대해.
그것도 흔해빠진 일본여행이나 중국여행이 아닌 유럽여행을 간다는 것에 대해.
그러나 이 악질적이고 찌질한 우월감도 공항에 도착하니 내 허영된 자만감이었다는걸 깨달았다.
사실 이번 여행은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 없었다.
작년 여름에 네팔을 다녀와서 여행기를 썻는데 이게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었다는걸 깨달았기 떄문이다.
작가들이 쓴 여행기나 여행기를 작성한 블로그를 볼땐 아무생각없이 봤었는데 이게 보기보단 힘든 일이다.
그리고 내 네팔 여행기는 여행기라 부르기엔 양심이 찔린다. 여행기라긴 보단 지저분한 일기이다.
그리하여 이런 이유와 저런 이유들로 인해 40일동안의 여행기를 끝까지 쓴다는 건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제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하루키의 여행법'을 읽었다.
하루키의 매력있는 필력에 농락당하면서 '쓰고싶다는 욕구'가 내 마음 속 한 켠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티스토리에 로그인 해 글쓰기 버튼을 눌러 지금 이 추잡한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글도 아무말 대잔치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아무말 대잔치라도 끝까지 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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