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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에세이 소설가의 일을 재밌게 읽은 적이 있어 이번에는 그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이 소설은 장편소설이지만 각각의 단편소설이 있고 그것이 서로 연결되어있는 형식을 띄고 있다.
대학생인 주인공이 그의 할아버지에게서 받은 한 입체누드사진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그의 여자친구인 정민 , 그리고 정민의 삼촌 이야기로 이어지고 정민 삼촌 이야기가 끝나면서 주인공은 갑자기 독일 베를린으로 간다. 주인공은 베를린에서 안기부에서 프락치로 활동한 강시우라는 사람과 일본인 레이, 독일인 헬무트 베르크 라는 사람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각각 등장인물들이 한 이야기들과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인물들이 서로 연결되있다는 사실을 독자인 나는 그곳에서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은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시작하여 군산, 부산, 서울, 광주, 일본 등 여러 공간들을 거치며 그곳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이야기들이 현재인 독일에서 합쳐지게 된다. 주인공인 '나'는 자신이 여러 사람들과 이어졌다는것을 듣게되지만 결국 지금은 혼자라는것을 느끼며 한국에 있는 정민의 체온을 그리워한다.
마지막에 강시우와 그의 아내 레이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강시우라는 인물이 겪은 이야기가 작가가 이 소설에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느끼게 되었다. 강시우는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대때의 아픔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의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그에게 몰입했다. 그는 두 번의 큰 아픔을 겪는데 그래서 그는 자신이 두 번 태어났다고 말한다. 강시우는 원래의 자신을 다 잊어버리고 그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한다. 소설의 후반부에 그가 안기부 프락치 였다는 양심고백을 할 때 한 변호사가 그에게 진정한 자신을 말하달라고 하는데 그 때 강시우는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을 수 없다. 강시우에게는 더욱 그럴것이다.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형성하는 것인가 지금의 내가 나 그 자체인 것인가 이런 철학적 의문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 강시우 였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작은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나와 전체적인 스토리가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대다수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초반에 나온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후반부의 독일에서 많이 잊혀졌다. 나는 작가가 깐 복선을 추리하고 그걸 맞추는데서 소설의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 그저 문장의 재미와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난 후 약간의 몽환적인 여운을 좋아해서 소설을 읽는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 나에게 괜찮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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