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시즌2 후기(스포)
일년 만에 다시 돌아온 흑백요리사. 이전 시즌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즌 2는 그 기대를 훌쩍 넘겼다.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되는 1:1 흑백대전까지는 시즌 1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살짝 물리는 감도 있었다. 하지만 생존 인원이 줄어들고, 그만큼 각 캐릭터의 매력과 서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몰입하게 됐다. 응원하는 셰프가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긴장한 채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분명히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2인 팀전 이후 이어진 팀원 간의 1:1 매치였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팀을 맺게 해놓고, 결국 그들을 서로 마주 보게 만드는 연출을 보며 혼자 박수를 쳤다. 시즌 1에서도 느꼈지만, 제작진의 연출력은 역시 대단하다.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은 무한요리천국 라운드에서 나온 최강록의 요리였다. 밥부터 여러 조림까지, 모든 구성 요소가 하나같이 맛있어 보였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던 셰프가 우승해서 더 좋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든 스포츠 경기든, 늘 내가 응원하는 사람이나 팀은 마지막에 가서 지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내 최애가 우승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던 거의 처음의 경험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결승전에서 최강록이 했던 말들이 크게 와닿았다. 요리사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척하며 살아간다. 회사에서든, 동호회에서든, 친구 사이에서든, 심지어 가족 사이에서도 그렇다.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척하며 사는 건 분명 지치는 일이다. 최강록에게 ‘나를 위한 요리’가 그 국물 요리였다면, 나에게 있어 나를 위한 것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는 굳이 척하지 않아도 되니까.
군대에서 조리병으로 근무했을 때도 느꼈지만, 요식업은 정말 힘든 일이다. 개인 시간은 적고 체력 소모는 크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군대에서는 밥만 하면 됐지만, 업장에서는 접객까지 감당해야 한다. 나에게는 절대 무리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매일 묵묵히 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대접하며 각종 잡다한 일들까지 감당하는, 이 지옥 같은 루틴을 반복하는 사람들. 하지만 요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타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 루틴이 또 다른 의미를 갖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계속할 수 있는 것이고, 오늘도 내일도 같은 하루를 살아가는 수많은 요리사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요리와 서바이벌을 좋아하는 나에겐 재미와 감동, 두 가지 모두 완벽했던 프로그램이었다. 다음 시즌도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