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모임 첫 참가
당근보다가 제천에 보드게임 모임이 있다는 걸 알았다. 갈까말까 거의 한 달동안 고민하다 설날연휴에 집에서만 있으니 어딘가 가고싶어 토요일 모임에 참여 신청을 했다. 보드게임은 꾸준히 하고 싶었는데 같이 할 사람이 없어 인터넷으로 구경만 했었다. 새로운 커뮤니티에 들어가는건 항상 두렵지만 두려움보단 보드게임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더 컸다. 두 시부터 열 시까지 총 여덟시간을 한다고 해서 약간 두렵긴 했는데 하다가 힘들면 중간에 도망갈 생각을 갖고 모임 장소로 출발했다. 빨리 가면 어색할까봐 모임 시간에 정확히 맞춰 도착했고 이미 다른 분들이 모여서 게임 세팅을 하고 계셨다. 게임 시작 전 자기소개를 했는데 오로지 닉네임만 말했다. 나이, 사는 곳, 직업 등 이런 걸 말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오로지 게임을 하기 위해 왔다는 걸 자기소개하면서 느꼈고 그래서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그냥 게임만 하면 되겠구나.
첫 게임은 버건디의 성을 했다. 이 게임을 하겠다고 미리 알려줘서 유튜브에서 게임 규칙을 보고 갔고 모임장님이 한번 더 규칙을 상세히 알려주신덕에 생각보다 수월하게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간단한 파티 게임만 해보다 이런 제대로된 전략 게임은 처음 해봤는데 기대한거만큼 충분히 재밌었다. 현실에서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최선의 플레이를 하기 위해 계속 생각해야하는 이런 게임을 줄곧 하고싶었다. 집중해서 게임하다보니 몇 분 안 한거 같은데 끝나고보니 두 시간이 지나 있어 놀랐다.
두 번째 게임은 문명의 시대. 게임 규칙 자체는 버건디의 성보다 쉬운 편인데 할 수 있는 선택의 갯수가 많아서 생각할 게 많은 게임이었다. 특히 내 턴이 두 번 연속 올때가 가장 중요하고 생각할게 많은데 여기서 설계한대로 플레이가 진행되어 많은 점수를 획득하는 쾌감이 좋았다.
마지막 게임은 킵더히어로즈아웃을 했다. 경쟁이 아닌 협력 게임이고 우리가 던전의 몬스터가 되어 영웅이 침입하는 걸 막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일단 일러스트랑 컴포넌트가 귀여워서 첫인상부터 좋았다. 게임 방식은 슬레이더스파이어 같은 덱빌딩이며 총 열 두개의 몬스터로 플레이할 수 있어 매 판마다 질리지 않고 할 수 있었다. 세 번 도전해서 쉬운 난이도를 클리어했고 협력 게임도 좋구나란걸 느꼈다.
아홉시가 돼서 다음 게임 하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난 집으로 돌아갔다. 근데 다른 분들은 장소를 옮겨서 게임을 더 한다고 한다. 여긴 진짜 보드게임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인 곳이구나. 나도 더 해볼까 살짝 고민했지만 의자에서 일어나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보드게임 계속 하려면 체력을 더 길러야겠다. 어쨋든 내가 하고 싶었던 그런 게임들을 직접 해보게 돼서 너무 좋았고 실제로 게임도 너무 재밌었다. 모임원분들도 불편하거나 그런거 하나도 없이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마음 편히 게임할 수 있었다. 앞으로 주말마다 재밌는 일정이 하나 추가됐다. 빨리 주말이 됐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