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본

오비히로 3일차 - 경마장, 토카치가와 온천 다이이치 호텔

birdle 2025. 1. 27. 22:38

오비히로 경마장
숙소 체크아웃하고 짐 맡긴 후 오비히로 경마장까지 걸어 갔다. 대략 30분 소요. 도보가 빙판이라 걷기 힘드니 웬만하면 버스타고 오는게 좋아보이는데 엄마랑 나는 걷는거 좋아해서 걸어갔다. 여기 경마장은 일반 경주가 아닌 썰매경마를 한다. 썰매경마를 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이 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일반 경마장도 못 가봤는데 썰매경마로 입문하다니. 경마 시작할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 말들 구경하고  100엔으로 당근사서 먹이도 줬다. 새끼말들은 너무 귀여운데 커다란 말들은 좀 무섭다. 썰매경마 하는 말들이 다른 종보다 큰 편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본 말들중 얘네들이 제일 컸다. 1라운드가 시작되기 십분 전 배팅을 했다. omr종이에 말 번호랑 얼마 걸건지 체크하고 키오스크에 돈이랑 omr을 넣으면 마권이 나온다. 나는 3, 8번 말에 100엔씩 걸었다. 12시 55분, 예고한 시간대로 경기가 시작됐고 여덟마리의 말들이 출발대에서 뛰쳐나왔다. 말이 무거운 썰매를 끌고 가는데 빠르게 달리는 경주가 아니라 박진감은 떨어진다. 대신 인간이 걷는 속도와 비슷해서 시작부터 끝까지 레이스를 따라가면서 볼 수 있다. 빨리 달리는 레이스면 순식간에 지나가서 뭐가뭔지 잘 몰랐을거 같은데 이건 내가 고른 말만 보며 따라가면 되니 레이스에 더 집중하게된다. 1라운드 결과 내가 베팅한 8번 말이 가장 첫 번째로 들어왔다. 초심자의 행운이 적중했나. 내가 응원한 말이 일등하니 기분 좋았다. 마권을 키오스크에 넣으니 580엔을 뱉었다. 이게 경마의 재미구나. 2라운드에선 하나도 못 맞췄는데 3라운드에서 엄마가 베팅한 2번 말이 일등했다. 동전 쓰러 갔는데 오히려 동전이 늘었다. 3라운드까지 해보니 경마라는 도박에 중독은 안 될거 같은데 경마장이라는 공간이 재밌었다. 먹을거리도 많이 팔고 귀여운 말들도 볼 수 있고 레이스 하는 트랙이 개방감있고 특히 많은 사람들이 같은 레이스를 보며 각자의 희비가 교차되는 순간을 보는게 흥미로웠다. 생각했던거보다 더 양지의 장소였고 베팅하는게 어렵지 않으니 오비히로 가실분들 어차피 여기 갈 만한 곳 별로 없으니 경마장 추천합니다

진짜 너무 귀여움

3, 8번에 각각 100엔씩 베팅

내가 베팅한 8번말이 일등으로 들어오고 있다!

토카치가와 온천 다이이치 호텔
이년전에 갔던 벳푸의 스기노에 호텔만큼 초대형은 아니지만 대형까진 붙일 수 있는 큰 온천호텔이다. 객실, 온천, 엘레베이터에서 약간 오래된 건물의 느낌을 받았지만 잘 관리돼서 오히려 중후한 맛이 있었다. 세계에서 두 개 밖에 없는 모르온천(식물성분이 함유된 온천)으로 피부보습과 미용에 좋다는데 그런건 잘 모르겠고 노천탕이 커서 좋다(엄마피셜 : 온천하고나서 로션 안 발랐는데도 얼굴 안 땡긴다고 보습효과 있는거 같다고 함). 차가운 공기에 따듯한 온천. 너무 좋다. 어릴때 욕조있는 집에서 사는게 꿈이었는데 이건 이뤘으니 이제 노천탕 있는 집에서 사는걸 꿈으로 해야지(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꿈은 꾸는건 내 자유니까). 체크인하고 온천 1차전 마친 다음 다섯시 반에 저녁을 먹었다. 뷔페식인데 매우 만족했다. 음식 종류가 엄청 많은건 아닌데 음식 하나하나가 괜찮게 하는 식당에서 파는것만큼 다 맛있었다. 특히 간이 적당하게 슴슴해서 좋았고 그 중 토카치산 소고기 스테이크가 가장 맛있었다. 음식뿐만 아니라 디저트도 전부 좋았다. 보통 뷔페 디저트들은 엄청 달아서(특히 결혼식 뷔페에서 케이크 종류) 개인적으로 잘 안 먹는데 여기는 적당히 달면서 깔끔하고 신선해서 모든 디저트를 하나씩 다 먹고 맛있는건 한 번 더 먹었다. 디저트까지 완벽했던 매우 맛있는 저녁이었다. 다섯 시 반에 식당 입장했는데 일곱시까지 먹었다. 제발 이 호텔 숙박하시는분들 식사 포함으로 신청하시길. 여긴 밥이 진짜입니다.

솥밥이랑 스키야키도 존맛

디저트 이것말고도 더 있는데 다 맛있었다

호텔 근처에서 일루미네이션 행사를 한다고 해서 셔틀버스를 타고 갔다. 우와 미쳤다 이 정도까진 아니지만 적당히 이쁘고 쌓여있는 눈과 조명의 조화가 어울러져 분위기가 괜찮았다. 밥 먹고 소화시키러 산책하러 가기 딱 좋은듯. 한 시간정도 보다 호텔로 다시 오니 아홉시다. 자기전에 온천 한 번 더 해야하는데 매우 피곤해서 가기 귀찮다. 마지막 밤이라 느긋하게 쉬려고 했는데 온천하고 밥먹고 일루미네이션 보고오니 오늘 밤이 이번 여행 중 제일 바쁘다. 근데 내일 아침밥도 맛있겠지? 내일 아침을 위해 온천해서 칼로리 좀 소모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