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
영화 오펜하이머에선 핵폭탄을 만들기 위해 나무나 산이 없는 허허벌판인 로스앨러모스에 기지를 짓고 주요 배경 중 하나가 된다. 지금까지 본 몽골의 대지는 영화에서 봤던 로스앨러모스 그대로다. 정말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대지와 하늘만이 보인다. 가끔 보이는 얕은 구릉만 제외하면 거의 모든 대지가 평평하다. 지구평평설을 믿는 사람들의 심정과 논리를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한국은 시야가 산과 건물에 막혀 지평선이란 단어를 쓸 일이 없는데 여긴 언제 어디서나 저 멀리 보이는 푸른 초원을 지평선을 눈으로 좇을 수 있다. 분명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여기서 운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러너들도 대다수가 이 초원을 뛰고 싶어 할 것이다. 오늘이나 내일 진짜 무조건 뛴다. 그만큼 도로가 아름답고 시원시원하다. 공항에서 약 세 시간 달렸는데 세 시간 내내 99% 유사한 풍경이 반복됐지만 전혀 질리지 않는다.
양떼가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우리 푸르공 기사는 이게 당연한 일상이라듯 횡단보도 건너는 보행자를 기다리는것처럼 양들이 도로에서 건너편 초원으로 지나가는 걸 기다려준다. 아직 도로로 올라오지 못 한 양들이 차가 지나가도록 기다려준다. 그래서 양떼무리 전부가 지나가는 걸 기다리지않고 생각보다 빨리 이 임시적으로 만들어진 횡단보도를 건너갈 수 있었다. 양이 진짜 똑똑한 동물이구나.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이런 광경을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여 여기까지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큰 기대와 설렘이 없었던 몽골, 그러나 첫 인상은 매우 만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