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정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관람기

birdle 2023. 10. 4. 10:46

오랜만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왔다. 올때 마다 느끼지만 남산 타워가 액자 속에 있는 이 전경이 참 좋다. 오늘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하는 영국 내셔녈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를 보러 왔다. 시간이 남으면 사유의 방을 가려 했는데 예상보다 감상을 더 오래해서 다음에 보기로 했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눈을 크게 뜨고 있고 나를 바라 보고 있다. 초상화 속 인물과 눈 싸움 한 판을 벌인다. 아자자자자자자.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 내가 초상화를 감상하는 방식이다.

빛을 반사하는 색의 아름다움을 이보다 강렬히 느끼게 하는 작품이 있을까

베네치아 가서 직접 비교해봐야지

고흐의 그림은 평소에도 좋아하지만 직접 보면 더 대단하구나. 이 그림의 첫 인상은 평범한 인상주의 작품 중 하나로 보였다. 그러나 작품을 자세히 보면 물감의 질감과 붓터치에서 그림을 그릴 당시 고흐의 감정이 느껴진다. 그렇게 캔버스안으로 빨려들려갈 것만 같은 몰입 상태로 1890년 고흐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을때 그린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를 감상했다. 작품 해설을 듣고 감상을 해서 그런가 아름다움과 동시에 우울감이 느껴졌다.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에는 사람에게 멸시 받았지만 130년이 지난 지금에야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되다니. 뉴욕 현대 미술관에 가서 별이 빛나는 밤을 직접 보고 싶어졌다.

약 세 시간에 걸쳐 52점의 작품을 감상했다. 르네상스부터 낭만주의시대까지의 미술사를 족집게 특강처럼 빠르게 공부한 느낌이다. 특히 거장의 시선이라는 전시의 이름을 따라 등장인물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중점으로 작품들을 감상했다. 이 시선의 끝은 화가의 감정이 느껴지는 인상주의었다. 신을 그리던 인간이 인간의 내면을 그리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흥미로웠다. 위대한 작품은 그 자체로도 위대하지만 내가 직접 봐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구나란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세 시간의 짧은 미술 여행. 한 달 남은 이탈리아 여행 전 좋은 예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