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튀르키예

2. 셀축에서

birdle 2022. 10. 9. 16:20

오토가르에서 12리라를 내고 돌무쉬로 에페스에 갔다. 에페스 입장료는 200리라. 근데 튀르키예 뮤지엄패스 15일짜리가 1000리라라서 뮤지엄패스 사고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에페스는 굉장히 좋았다. 사실 사진으로 봤을땐 그냥 돌덩이들을 모아놓은 곳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로마인들이 걸었을 대리석 거리를 나도 걷고 대형극장의 관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공중 화장실 변기에 앉아보며 2000년전으로 돌아가 잠시 에페소스 시민의 한 명이 될 수 있었던 경험은 인상깊었다. 그만큼 보존이 잘 되어 있었고 규모도 커서 기대보다 훨씬 좋았던 곳이다.
에페스 관람을 마치고 셀축 시내로 돌아왔다. 셀축 시내에선 토요일마다 열리는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그 규모는 우리나라 재래시장 중 가장 큰 청량리 청과물시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사람들도 청량리만큼이나 바글바글 했다. 영월이랑 규모가 비슷해보이는 이 시골에서 이렇게 커다란 장이 열리다니 튀르키예에선 아직 재래시장이 죽지 않았구나라고 생각했다. 장의 중심부엔 과일, 채소등을 주로 팔고 외곽쪽에선 의류, 주방용품 등 공산품을 팔고 있었다. 청과류들은 어딜가나 신선해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돈과 청과류가 든 봉투를 주고받고 하고 있었다. 구경하다가 나도 과일을 사려고 포도 가게에 얼쩡거렸다. 주인이 테스트하라고 한 알 건네줬는데 꽤나 맛있었다. 단단한 과육에 상큼하고 달콤한 과즙. 한 송이 골라서 주인에게 10리라와 함께 건네줬다. 주인은 저울에 포도를 올리더니 숫자 4를 가리켰다. 나는 가격표에 10리라라고 적혀있어서 한 송이에 10리라인줄 알았다. 40리라인줄 알고 지폐를 꺼냈는데 영어로 four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꽤나 크기가 큰 이 포도 한송이가 고작 4리라(한화 약 300원)라니. 튀르키예와서 두 번째로 받은 컬처쇼크였다. 우리나라였으면 최소 5천원은 했을것 같은데..
오후에는 성요한 교회터에 갔다. 뮤지엄패스에 포함되어있어 가봤는데 교회터보다 위에 있는 성이 마음에 들었다. 성 위에서 셀축의 평야지대를 바라보니 마음에 평화가 생겼다. 그래서 이 언덕에 교회를 세웠나보다. 교회터에서 나와 시간이 좀 남길래 아르테미스 신전터를 갔다. 터에는 기둥 달랑 하나밖에 없지만 게임 문명을 플레이할때 아르테미스 신전 지은것이 생각나서 나는 이 곳도 꽤나 마음에 들었다. 쓸쓸히 기둥 하나만 있는 모습은 경주의 황룡사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화려했던 도시의 대표 건축물도 결국 사라져서 터만 남듯이 인간도 죽으면 무덤만 남는다. 우리 삶도 아르테미스와 별 다를게 없구나란걸 홀로 신전의 기둥에 기대 앉아 덧없이 생각해 보았다.

저렴한 호텔이지만 조식은 훌륭했다.

대형극장의 관객 중 하나가 되어..

어딜가나 고양이가 많다.

도서관으로 가는 대리석길을 걸으며..

싱싱해보였던 가지. 안탈야가면 가지 요리를 먹어보리라.

4리라에 샀던 포도. 맛있었다.

케밥국의 본토 케밥. 예상되는 맛이지만 그게 좋다.

cop sis. 50리라. 양꼬치집에서 파는 양꼬치랑 맛이 거의 유사한데 불향이 더 입혀졌고 고기가 더 부드러웠다.

바클라바. 4개 30리라. 겹겹이 쌓인 패스트리를 씹는 식감과 뒤에 느껴지는 피스타치오의 향이 좋다. 앞으로 자주 사 먹을듯.

터키 국기도 참 이쁘다. 빨간색 바탕이 너무 좋음.

과거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를 지탱하던 기둥. 지금은 그저 새들의 보금자리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