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브리치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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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사 책이라면 필시 책 두께는 상당하고 문체는 딱딱하고 그저 사건만 나열되어 있는 재미없고 읽기 고통스러운 그런 도서로 생각해왔다. 그래서 세계사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여 도서관의 세계사 책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지만 대부분의 세계사 책들이 사전처럼 무겁고 책 안의 텍스트도 작은 글자로 빽빽히 쓰여져있어 먼 훗날 읽겠다고 다짐만 했었다. 그러던 참에 곰브리치(Sir Ernst Hans Josef Gombrich, 1909-2001)의 서양미술사를 접하게 됐고 곰브리치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그가 쓴 곰브리치 세계사를 빌려보게 되었다. 이 책은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그런 세계사 책들과 달랐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옛날옛적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전해주듯이 지구의 역사 속 중요한 이야기들을 이야기해준다. 책의 앞부분에는 곰브리치가 자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진이 있어 독자의 대상이 세계사를 처음 접하거나 청소년을 위한거란걸 알 수 있다.
하여튼 이 세계사 책은 재밌다. 그렇지만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책의 제목은 세계사이지만 내용의 80%가 유럽의 역사이다. 심지어 한국은 단 한 문장도 나오지 않고 아시아는 중국과 일본만 가끔 나온다. 저자가 유럽에서 살았기때문에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가 유럽을 위주로 쓴 이유는 유럽을 제외한 다른 대륙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아시아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1936년에 쓰여졌다. 그때 당시엔 아시아의 역사에 대해 곰브리치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적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충분히 알고 확실히 검증이 된 사실들만 쓰기위해 유럽의 역사 위주로 책이 구성된것같다.
하나 더 아쉬웠던 부분은 역사에 대해 너무 주관적으로 평했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태양왕 루이 14세는 훌륭하다고 표현되는데 도대체 훌륭한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루시 14세의 국민이 행복했으면 훌륭한건가? 그는 영토확장을 위해 전쟁을 많이 했는데 이 전쟁에세 희생된 사람들에게는 루이14세가 나쁜 인물일것이다. 루이14세뿐만 아니라 여러 왕들에 대한 곰브리치의 주관적 평가가 많은데 한 인물이 훌륭하다는 묘사는 역사책에서는 맞지않는 표현인 것 같다. 이 책에 서술된 역사 중 가장 마음아팠던 부분은 스페인의 신대륙 침략부분이었다. 그 당시 인디언들은 전해져내려오는 예언에 따라 동쪽에서 온 사람들이 신의 부름을 받고 온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인디언인들이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침략자들을 헤치치 못하였고 침략자들은 이것을 이용해 인디언들의 왕을 위협해 그들의 금을 빼앗고 현지인들에게 강제노역을 시켰다. 순수한 현지인들을 속여서 그들의 문화를 짓밡았다는것에 나는 당시의 침략자들에게 분노를 느꼈다.
책을 읽기전에 내 역사지식은 사진앨범처럼 몇가지 중요한 사건들이 머릿속에 단편적으로 있었다. 곰브리치가 이야기해주는 인류라는 한 개인의 자서전을 읽으며 인류가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겪었던 중요한 일들이 내 머릿속에서 동영상처럼 연속적으로 재생되었다. 중학생때 이 책이 세계사 교과서였다면 세계사를 정말 좋아했을 것 같다.